[佳詞] (14)
▶부서져야 산다
한 수도원에서 나이 많은 수도사가 정원에서 흙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수도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수도사가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수도사들로부터 '거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습니다.
나이 많은 수도사가 후배 수도사에게 말했습니다.
"이 단단한 흙 위에 물을 좀 부어주겠나?"
젊은 수도사가 물을 부었습니다.
그러나 물은 옆으로 다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나이 많은 수도사는 옆에 있는 망치를 들어 흙덩어리를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서진 흙을 모아 놓고 젊은 수도사에게
다시 한 번 물을 부어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물은 잘 스며들었고 부서진 흙이 뭉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나이 든 수도사가 젊은 수도사에게 말했습니다.
"이제야 흙 속에 물이 잘 스며드는구먼.
여기에 씨가 뿌려지면 싹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거야.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우리 역시 부서져야 씨가 뿌려지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지."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음의 토양이 어떠한지에 따라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도, 남김없이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땅이 되십시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각을 세우는 '굳어진 토양'이 아닌
상대를 위해 자신을 부스러뜨리는 겸손한
'부드러운 토양'이 되십시오.
▶친구, 하염없이 고마운 이름
옛날 어느 마을에 절친한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친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남자는
사형을 당하기 전에 어머니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죽게 해달라고 왕에게 간청했습니다.
왕은 남자에게 그럴 수 없다고 하자
남자의 절친한 친구가 나서 자기가 대신 감옥에 들어가 있을 테니
친구를 집에 갔다 오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왕은 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네 친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자 그는 기꺼이 자기가 친구 대신 죽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왕은 결국 그 친구를 대신 감옥에 가두고 남자에게
나흘간의 말미를 주고 풀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흘째 되는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지만
풀어준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왕은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자 보아라, 네 친구는 너를 배신하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너는 네 친구를 믿고 있느냐?"
왕의 물음에 친구는 대답했습니다.
"네. 저는 아직도 제 친구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는 아마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되자 약속한 대로 친구에게 사형을 집행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습니다.
"이제 제가 돌아왔으니 제 친구를 풀어주십시오."
왕이 늦은 이유를 물으니 남자는 말했습니다.
"큰비로 강물이 불어나 도저히 강을 건널 수 없어 늦었습니다.
이제 친구를 풀어주시고 저에게 사형을 집행해 주십시오."
왕은 두 사람의 변함없는 우정과 신뢰에 감탄하여
두 사람 모두 풀어주었습니다.
진정한 우정은 '무색'이라서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슬픈 일이 있을 때는 나보다 더 슬퍼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나보다 더 기뻐하는 변함없는 친구.
나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 존재만으로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친구.
인생에서 그런 '진짜 친구'를 얻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그런 친구를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 '진짜 친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손을 내밀어야 상대방도 마음을 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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