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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흥미

자카르타, 21C 아틀란티스가 될 것인가?

by Captain Jack 2018. 8. 22.

 

자카르타, 21C 아틀란티스가 될 것인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1천만 명이 사는 곳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물에 잠기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대도시의 일부분은 2050년이 되면 완전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 이미 너무 늦은 것일까?



자카르타는 자바 해를 마주한 습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13개의 강이 자카르타를 통과한다. 때문에 자카르타에 홍수가 잦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홍수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단지 대홍수만 문제가 아니다. 자카르타라는 대도시 자체가 말그대로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자카르타가 가라앉을 가능성은 웃어넘길 일이 아닙니다." 반둥기술대학교에서 자카르타의 지난 20년간의 지반 침하에 대해 연구한 헤리 안드레아스는 말한다.


"저희의 모델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북부 자카르타의 95%가 가라앉을 겁니다."


이미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북부 자카르타는 지난 10년간 2.5m 가라앉았고 일부 지역은 매년 25cm씩 가라앉고 있다. 이는 전세계의 연안 지역 대도시의 평균에 비해 2배나 빠른 속도다.


자카르타는 매년 1~15cm 가라앉고 있으며 도시의 절반 가까이가 이제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은 상태다.




▶ 북부 자카르타는 이미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무아라바루 지역에는 완전히 버려져 방치돼 있는 사무실 건물이 하나 있다. 한때는 어업 회사가 입주해 있었으나 이제는 2층의 베란다만이 유일하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하로 가라앉은 1층에는 고인 홍수물이 가득하다. 주변의 지반이 이제 1층보다 높기 때문에 이 물은 어디로도 흐르지 못한다. 깊이 침하된 건물들이 이렇게 버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면 건물주들은 대부분 최대한 고쳐서 응급 조치라고 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도 땅이 이 지역을 집어삼키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노천 어시장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보도는 위아래로 굽이치는 게 무슨 파도 같아요. 걷다 넘어질 수 있어요." 어시장을 자주 찾는 무아라바루 주민 리드완은 말한다. 지하의 물이 빠지면서 시장의 길이 놓인 지반이 가라앉고 있으며 때문에 지면이 울퉁불퉁하게 변하는 것이다.


"매년 땅이 가라앉고 있어요." 그는 말했다. 인근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그 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북부 자카르타는 역사적으로 항구도시였고 오늘날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탄중프리옥 항이 위치해있다. 칠리웅 강이 자바 해로 흐르는 곳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라 17세기 네덜란드의 식민지 개척자들은 이곳에 항구를 만들었다.


오늘날 이 지역에는 18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침체되고 있는 항만 사업과 연안의 저소득층 마을, 그리고 상당한 수의 부유한 화교들의 모습이 독특하게 어우러져 있다.


포르투나 소피아는 바다가 보이는 고급 저택에 산다. 그의 저택이 가라앉는 조짐은 눈에 바로 띄지는 않지만 그는 반년마다 벽과 기둥에 갈라진 자국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냥 계속 고치는 수밖에 없죠." 그는 자신의 수영장과 거기서 몇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개인용 부두 사이에 서서 말한다. "수리공들이 지반이 움직이면서 갈라짐이 생기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는 이곳에서 4년 살았지만 벌써 여러 차례 홍수를 겪었다. "바닷물이 넘쳐서 수영장이 완전히 잠겨요. 집안의 가구를 전부 2층으로 올려야 했죠."


바다 바로 인근에 있는 작은 집들이 받는 피해는 더 크다. 한때 바다 뷰를 갖고 있던 주민들은 이제 바닷물을 막기 위해 증축을 거듭한 회색의 제방만 볼 수 있다.




▶ "매년 조류가 5cm씩 높아졌어요." 어부 마하르디는 말했다.



이런 것들이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막진 못했다.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고급 아파트가 북부 자카르타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주택개발협회의 에디 가네포 회장은 정부에게 추가적인 개발 사업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아파트를 팔 수 있으면 개발은 계속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자카르타의 다른 부분 또한 보다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가라앉고 있다. 서부 자카르타는 매년 최대 15cm씩 가라앉고 있으며 동부는 매년 10cm, 중부는 2cm, 그리고 남부는 1cm씩 가라앉고 있다.


전세계의 연안 도시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열팽창과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현상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한다. 그중에서도 자카르타가 가라앉는 속도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놀랍게 들릴지도 모르나 자카르타 주민들은 이에 대해 불평을 별로 하지 않는다. 이곳 주민들에게 지반 짐하는 이들이 매일 겪는 인프라 차원의 난관 중 하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지반 침하가 발생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자카르타가 급격한 속도로 가라앉는 이유 중 하나는 식수와 목욕용 등으로 도시 주민들이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퍼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에 수도관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하 깊은 곳 암반수를 퍼올려 쓴다.


그러나 지하수를 꺼내쓰면 그 위에 있는 지반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가라앉게 된다. 이것이 지반 침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국의 느슨한 규제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개인부터 대형 쇼핑몰 운영사까지 누구나 지하수를 퍼서 쓸 수 있다.


"적절히 규제가 되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누구나 지하수를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죠." 헨리 안드레아스는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허용된 것보다 많은 지하수를 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당국이 자신들의 생활용수 필요량을 맞춰주지 못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수자원 관리 당국이 자카르타의 물 수요의 40%만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중부 자카르타에서 임대업을 하는 헨드리라는 남성은 '코스코산'이라고 불리는 기숙사 형태의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입주자들을 위해 10년동안 지하수를 퍼올려 써왔다. 그를 비롯해 그가 사는 동네에서는 많은 이들이 지하수를 퍼 사용한다.


"당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지하수를 퍼 쓰는 게 더 낫습니다. 이런 코스코산에는 많은 물이 필요해요."



지방정부는 최근에서야 불법 지하수 전용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지난 5월 자카르타 시 당국은 중부 자카르타의 번화가 잘란탐린에 있는 80개의 건물을 시찰했는데 56개의 건물이 자체적으로 지하수를 퍼 쓰고 있었으며 33개가 불법적으로 지하수를 쓰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자카르타의 아니스 바스웨단은 모두가 지하수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당국이 얼마나 많은 지하수가 사용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곳은 건물 가치에 대한 증명이 취소된다.


당국은 자카르타만에 17개의 인공 섬과 함께 건설되고 있는 32km 짜리 방조제 '그레이트 가루다'가 자카르타가 가라앉는 것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방조제를 건설하는 데는 400억 달러(한화 약 45조 원) 가량이 든다.


네덜란드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사업은 인공 호수를 만들어 자카르타의 강들이 물의 양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해수면을 낮추려 한다. 비가 올 때마다 문제가 됐던 홍수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NGO 세 곳이 2017년 방조제와 인공 섬이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냈다.


네덜란드의 수자원 연구소 델타레스의 수문학자인 얀 야프 브링크먼은 방파제가 임시방편 밖에 될 수 없으리라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지반 침하를 20~30년 정도 밖에 막을 수 없으리란 것이다.



▶ "해결책은 단 하나 뿐이고 모두가 그게 뭔지 알고 있죠." 그는 말한다.



모든 지하수 사용을 중지하고 빗물이나 강물, 또는 저수지에서 수도관으로 물을 끌어쓰는 것에만 의존하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그는 자카르타가 크게 가라앉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전심으로 받아들이는 곳은 아직까지 없다. 아니스 바스웨단 시장은 보다 덜 과감한 조치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시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를 '비오포리' 방식을 사용하여 대체할 수 있으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오포리 방식이란 물이 지면에 더 잘 흡수되도록 직경 10cm, 깊이 100cm의 구멍을 파는 것을 가리킨다.


비판론자들은 이 방식이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물을 채울 것이라고 말한다. 자카르타에서 지하수는 종종 수백 미터 지하에서 퍼올려 사용되기 때문이다.


지하수를 수원 깊숙이까지 채울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지만 이는 매우 값비싸다. 도쿄에서는 50년 전 심각한 지반 침하를 겪은 이후 이 방식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하수 사용을 제한했고 기업들은 재활용된 물을 사용하도록 했다. 지반 침하는 곧 멈췄다.


그러나 자카르타가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안으로 쓸 수 있는 수원이 필요하다. 반둥기술대학교의 헨리 안드레아스는 지하 암반수 대신 강과 댐, 호수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있을 정도로 물을 깨끗하게 만드려면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카르타의 주민들은 가라앉고 있는 도시의 미래에 대해 체념한 듯한 태도다.


"여기 사는 건 위험하죠." 소피아 포르투나가 자신의 집에서 말한다. "여기 사람들은 모두 그 위험을 감수해요."



출처 : https://1boon.kakao.com/bbcnews/20180815120022259?view=ka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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