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15 [LOL 단편소설] 니코 - 칼두가 전초 기지의 괴물 [LOL 단편소설] 니코 칼두가 전초 기지의 괴물 니코는 인간의 모습에 익숙했다. 인간은 양말을 신는 등 특이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니코는 인간을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칼두가 전초 기지의 사건을 겪기 전까지는. 그 흉측한 기지는 '녹서스인'이라고 불리는 인간 부족이 정글 외곽 지대 근처에 있는 절벽을 깎아 만든 것이었다. 짜증스럽지만 익숙하다는 듯 일과를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한동안 이 전초 기지에서 상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니코는 궁금했다. 저들은 우호적인 인간일까? 치즈 빵을 즐겨 먹을까?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가 가장 궁금했던 니코는 직접 그 답을 확인하기로 했다. 니코는 밤을 틈타 그림자 속을 살금살금 드나들며 기지 입구까지 도달했다. 경비병은 한 명뿐이었다.. 2018. 12. 23. [LOL 단편소설] 신들의 황혼 [LOL 단편소설] 신들의 황혼 그들은 어둠을 틈타 산그늘에 가려진 죽은 도시로 향했다. 전사 천 명에 달하는 신성군단들은 각각 핏빛 토템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태양의 자손인 초월체의 고대 혈통을 나타내는 토템이었다. 도시와 그곳에 거주했던 시민들의 유골은 이미 사막과 하나가 된 지 오래였다. 모래와 뒤섞인 잿더미와 뼛조각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했다. 도시에서 가장 높았던 탑만이 모래 언덕 위에서 자리를 지켰다. 무너진 첨탑은 산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구슬프게 웅웅거렸고, 무너진 주춧돌 위로는 몸통이 부서진 석상의 다리 두 개가 보였다. 그 옆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새 석상의 머리가 모래 속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아주 오래전, 훗날 이 도시가 세워지기도 전, 이 계곡에서는 엄청난.. 2018. 12. 12. [LOL 단편소설] 그림자 그리고 운명 [LOL 단편소설] 칼날 도살자단이 잭도의 턱을 녹슨 작살 못에 꿰어 부둣가 짐승들의 먹잇감으로 매달아 두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오늘 밤에만 열일곱 번째로 마주친 폭력단원 살해 현장이었다. 빌지워터치곤 많다고 할 수 없는 수였다. 적어도 해적왕이 쓰러진 뒤론 말이다. 붉은 송곳니를 드러낸 부두 쥐가 매달린 잭도의 옆에 쌓인 바닷가재 통발에 올라앉아 연한 종아리 살을 물어뜯고 있었다. 후드 쓴 남자는 걸음을 재촉했다. “도와… 줘…” 피로 막힌 목구멍에서 쥐어짜 낸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후드 쓴 남자가 홱 돌아서며 두꺼운 벨트에 매달린 무기로 손을 가져갔다. 놀랍게도 잭도는 뼈 손잡이가 달린 작살 못에 꿰인 채로도 아직 살아 있었다. 못은 크레인의 나무 기둥에 깊숙이도 박혀 있었다. 어떻게 해도 .. 2018. 12. 10. [LOL 단편소설] 킨 드레드 - 좋은 죽음 [LOL 단편소설] 킨 드레드 = 좋은 죽음 = 매가는 열네 번째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또다시 상한 사과를 물었던 것이다. 언제나처럼 썩은 사과를 문 매가의 낯빛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그녀는 죽음의 춤사위를 시작하며 모든 관객에게 잘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아,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꿈인가? 너무 늦어버렸구나! 이제야 겨우 삶의 무수한 진풍경을 보기 시작했건만!”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반짝이는 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킨드레드가 무대 위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킨드레드는 전통적으로 한 사람이 가면 두 개를 쓰고 나와 연기했다. 하얀 양의 탈 쪽을 매가에게 보이며 킨드레드로 분한 배우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들어라! 내 날카로운 화살을 부르는 소리인가? 꼬마야 이리 온. 심.. 2018. 12. 7. [LOL 단편소설] 노틸러스 / 파이크 / 쓰레쉬 [LOL 단편소설] º [뱀] - 노틸러스º [그리고, 이빨] - 파이크 º [수집품] - 쓰레쉬 [뱀] - 노틸러스 아냐, 아냐. 앉아도 된다구. 이리 와서 같이 술에 빠져 보는 게 어떤가, 친구... 참, 뱃사람이 빠진다는 말은 하면 안 되지. 헤헤. 그래, 난 난파선을 몇 척 봤지. 그중엔 내가 자네만큼 젊었을 때 타던 배도 있었다네. 뱀이라는 이름의 배였지. 지금은 갈지자 해협 아래에 잠들어 있지만. 나도 유일한 생존자였어. 한 잔 사면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이거 말이야? 안 돼. 이건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친구. 이건 내 행운의 크라켄 주화야. 바다에 바치는 공물이지. 그래, 공물. "공물을 바치지 않으면 바다의 분노가 닥치리라."라는 말. 뱃사람이라면 다 알잖나. 수염 달린 여신이 .. 2018. 12. 4. [LOL 단편소설] 트페&그브 - 불타는 파도 [LOL 단편소설] 트위스트 페이트 & 그레이브즈 불타는 파도 학살의 부두 | 의뢰 | 오래된 친구1막 1장 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에 귀가 멍해질 지경이었다. 쥐 떼 소굴 끝에 자리한 학살의 부두는 그 이름처럼 악취가 진동했다.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썩은 바다뱀 고기의 비린내를 맡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겹겹의 그림자가 만들어낸 깊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중무장한 톱니 갈고리단이 활개 치며 돌아다니는 소리가 횃불처럼 어른거렸다. 그들은 잔인하기로 악명 높았다. 정면승부로는 이길 수 없으리라. 더군다나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을 모른다. 덧붙여 오늘은 싸울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지저분한 동네까지 행차했냐고? 돈 때문이다... 2018. 12. 3. [LOL 단편소설] 시궁쥐와 고양이와 네온 생쥐 [LOL 단편소설] 시궁쥐와 고양이와네온 생쥐 ▶ 종료 의사는 미끄러운 다리 위에서 크게 비틀거렸다. 한 손으로 낡아빠진 난간을 잡으려는 순간, 한쪽 다리에서 발목과 연결된 배선 장치가 끊겼다. 의사는 잠시 방향 감각을 잃었다. 그의 시야에 통근자들이 건너다니는 통행용 다리의 젖은 바닥과, 금속과 유리와 꺼지지 않는 빛이 조립체처럼 끝도 없이 늘어선 상부 센트럴이 훑듯이 지나갔다. 의사는 눈꺼풀을 깜박여 눈부심을 밀어내고 증강체 발을 재연결했다. 증강체 회로 속에 지난번 사용자의 기억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비싼 거였는데… 게다가 사이즈도 너무 크지. 의사 자신의 마음이 그 기억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증강체 발은 상부 섹터의 어느 부자 환자가 쓰던 중고품이었다. 뒷골목 무허가 의사에게 크레디트를 주.. 2018. 12. 1. [LOL 단편소설] 라이즈&브랜드 - 잿더미에서 [LOL 단편소설] 라이즈 & 브랜드 잿더미에서 ▶ "못하겠습니다." 케간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다시 들어가려는 말을 간신히 내뱉었다. "스승님, 전 못 해요." 패배를 인정한 케간은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실패가 이렇게 심신을 지치게 할 줄은 몰랐다. 케간은 눈을 들어 스승을 쳐다보았다. 역겹게도 스승의 눈에서 맑게 갠 하늘만큼 또렷한 연민이 내비쳤다. 스승이 이국적인 억양으로 경쾌하게 말했다. "할 수 있냐 없냐는 문제가 아니야. 의지의 문제인 거지." 이곳 북부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억양이었다. 스승이 손가락을 튀기자 보라색 불꽃이 일며 장작더미에 불이 붙었다. 의지만으로 순식간에 모닥불을 피운 것이다. 케간은 모닥불에서 눈을 돌리며 눈 덮인 땅에 침을 뱉었다. 전에도 들은 말이었지만 .. 2018. 11. 28. [LOL 단편소설] 라칸 - 대롱활이 좋을까, 활대롱이 좋을까 [LOL 단편소설] 라칸 대롱활이 좋을까,활대롱이 좋을까 ▶ 이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수도원 요새로 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어.” 자야가 말을 시작했다. 나는 자야의 시선을 따라 산꼭대기에 솟은 사원에서 뻗어져나와 산 아래 농가들로 이어지는 황금빛 층계 두 줄기를 바라보았다. 저 나무로 지은 농가 하나하나에는 인간 가족들이 살고 있겠지. 그 필멸의 존재들은 저 안에서 태어나서 죽고, 또 무엇보다 새로운 노래를 자꾸자꾸 만들 거야. 노래를 만들 때는 아마 하프와 북을 쓰겠지? 어쩌면 피리도… 나도 나중에 갈대 줄기로 피리를 하나 만들어 봐야겠어. 아니, 일단 내 깃털부터 다듬어야 하는데. 오늘 깃털 손질을 했던가? 저 산 아래 마을에 가면 여관도 있겠지. 지금 포도주 한 병만 있으면 딱 좋겠는데. ▶ “라칸.. 2018. 11. 2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