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ING/LOL39 [LOL 단편소설] 몰락한 왕, 비에고 - 그녀 그녀 비에고가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조금씩 달라 보였다. 두 눈이 너무 멀찍이 떨어져 있기도, 너무 가까이 붙어 있기도 했다. 아니면 뺨이 조금 여위었거나 크기도 했다. 재봉사라면 으레 생기는 굳은살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가위와 바늘을 써 뼈마디 굵은 손이 보일 때가 있었다. 그녀는 가운을 입거나, 간소한 작업복을 입거나,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항상 달랐지만 같았으며 늘 실체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더는 비에고가 갖지 못한 허깨비 같은 심장이 찢겨 나간 것은... 비에고는 세계의 밑바닥에서 검게 변한 채 산산조각이 난 왕좌에서 왕의 검을 밑에 있는 바위에 깊이 내리꽂았다. 흑요석이 갈라지며 그림자 군도 전체가 무시무시하게 떨렸다. 왼쪽에는 비에고가 도저히 쳐다볼.. 2021. 5. 14. [LOL 단편소설] 사일러스 - 믿음의 사슬 [LOL 단편소설] 사일러스 믿음의 사슬 거대 드류바스크에 올라탄 서리 자매 토르바는 고삐를 당겨 겨울 발톱 부족의 상흔의 어머니 브리나 옆에 섰다. 털이 덥수룩한 드류바스크가 심기가 불편한지 씩씩거리자 코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얼음 이빨, 조용히 해." 토르바가 드류바스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손목에 감긴 뼈 부적과 토템이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매서운 바람이 황량한 땅을 휩쓸고 지나갔다. 약탈조 전사들은 모두 두꺼운 털가죽 옷을 입고 있었지만, 토르바는 아니었다. 소용돌이 모양의 남색 문신으로 장식된 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지만,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토르바에게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위풍당당한 풍채를 지닌 상흔의 어머니 브리나 역시 엄니가 솟아난 드류바스크에 올라.. 2020. 4. 16. [LOL 단편소설] 리산드라 - 꿈 도둑 LOL 단편소설 = 리산드라 = 꿈 도둑 얼음 마녀는 요새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그녀는 어디에서든, 어떤 곳에서든 자며, 어느 곳에서도 자지 않는다. 때로는 이 모든 걸 동시에 하기도 한다. 지금 그녀가 몇 시간 동안 몸을 뉘기로 선택한 동굴 형태의 장소는 일천 개의 요새를 품을 만큼 넓었다. 얼음 정수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다가 지하 지평선 이편에서 저편까지 뻗어 있었다. 지하 지평선은 소란스러운 지상 세계의 지평선과 다르게, 완전히 다른 형태의 광기에 훨씬 가까웠다. 그녀는 이 장소를 자주 방문한다. 그녀는 언제나 홀로 찾아가지만, 언제나 혼자인 법이 없다. 혹자는 그들을 괴물이라 부르는가 하면, 신으로 칭하는 자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얼음 이불 아래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그림자는 꿈에 빠져.. 2020. 1. 31. [LOL 단편소설] 카르마 - 날 기억해 줘 = LOL 단편소설 = 카르마 ▼▼▼▼▼▼▼▼▼▼▼▼▼▼ 날 기억해 줘 ▲▲▲▲▲▲▲▲▲▲▲▲▲▲ 산비탈을 깎아 만든 수도원을 올려다보며 와타이는 초조한 듯이 손가락에 낀 비취반지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곳은 바로 카르마의 고향인 불변의 제단이었다. 자신이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편한 무릎 때문에 여정은 고되기 그지없었다. 와타이는 심호흡을 하고 길을 따라 카르마의 명상실 앞까지 걸어갔다. 입구에는 작은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입구에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와타이는 무릎이 꺾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여긴 정말 지긋지긋하군.' 와타이는 60년 전 승려들의 부름을 받은 자크리와 함께 왔을 때부터 불변의 제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은 바닥에 쓰러져 아픈 만큼이나 큰 고통을 .. 2020. 1. 6. [LOL 단편소설] 루시안 - 집으로 LOL 단편소설 루시안 집으로 루시안은 거대한 바니안나무 아래 언덕에 앉아 계곡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손에 감싸 쥔 유물 총의 청동 총신을 매만졌다. 검은 안개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푸른 저지대로 스며들었다. 섬에는 몇 시간 전 해로윙이 찾아온 상태였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횃불의 불빛이 움직였다. 사방에서 안개가 구름처럼 떠다녔다. 불빛이 하나둘씩 사그라들어 없어졌다. 죽음의 비명을 전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하지만 하나의 불빛만은 굳게 불타고 있었다. 창백한 녹색 빛이 아무렇지 않은 듯 검은 안개 속을 유유히 떠다녔다. 사악한 망령의 타락한 불꽃이었다. 루시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온몸의 피가 끓었다. 루시안은 성긴 자갈에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언덕을 달려 내려가 분지에 도달했다. .. 2019. 12. 22. [LOL 단편소설] 카직스 - 적응 = LOL 단편소설 = 카직스 적응 추방당한 자는 곧 잊힌다. 너는 잊혀진 게 아니다. 애초에 존재한 적도 없었지. 족쇄를 찬 노예도 가치가 있고 망자에게도 애도를 표하지만, 너는 너무도 하찮아서 누구도 네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난 킬라쉬족 출신이지만 그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더는 누구도 족장 폰자프의 아들 렝가를 동족으로 여기지 않았다. 난 몸만 쫓겨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에서도 추방되었다. 그런 운명을 벗어날 길은 없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세월과 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없다.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난 사냥꾼의 길에서 수집한 전리품을 들고 부족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말없이 서 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돌아올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내 이름을 부르고.. 2019. 10. 16. [LOL 단편소설] 모데카이저 - 최후의 지배 [LOL 단편소설] 모데카이저 최후의 지배 치켜든 주먹. 차오르는 강령술의 힘. 마지막 탑의 마지막 첨탑이 모데카이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 같은 연기가 뒤엉켜 검은 강철을 이루었다. 그는 사악한 자긍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영토를 바라보았다. '미트나 라크넌'. 그의 내세가 완성된 것이다. 그가 인간의 영혼이었을 적 망각의 공허함을 마주했던 이곳에는 이제 그의 힘으로 세운 왕국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만족한 얼굴로 성채를 향해 걸어갔다. 발밑의 돌 하나조차 자신이 만든 것이다. 흉벽과 성루 역시 잔혹한 마법과 강철의 의지로 태어났다. 모데카이저는 무로부터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했다. 모든 영혼이 소멸하지 않고 영원히 거주할 왕국을. 산-우잘은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머.. 2019. 8. 7. [LOL 단편소설] 르블랑 - 검은 장미단의 가시 [LOL 단편소설] 르블랑 검은 장미단의 가시 "이해가 안 되는군." 그란스 장군이 초조하게 등불을 끄며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없잖아. 막다른 길이야." 그란스는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시커먼 돌로 만들어진 입구 안으로 더욱더 시커먼 암흑이 펼쳐졌다. 입구는 활짝 열려 있었고, 주위로 각진 오치넌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며, 발치의 판석 위에 뼛조각이 나뒹굴었지만, 그는 보지 못했다. 나는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그란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아무리 사촌이라도 나랑 장난칠 생각 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냐고. 여긴 의회에서 출입을 금지한 곳이야. 군단 순찰병들이 사방에 깔렸어!" 사실이었다. 반역자 스.. 2019. 7. 20. [LOL 단편소설] 말파이트 - 독이 든 나무뿌리 [LOL 단편소설] 말파이트 독이 든 나무뿌리 슈라이는 기계 관절을 가진 갱도 관리자 휴렛을 따라 자욱한 먼지구름을 뚫고 광산 통로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중고 기계 식도로 숨 쉬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운 광부들이 그것을 사용했을지 상상하지 않으려 애썼다. 목제 천장 지지대에서 뻗어 나온 화학공학 조명탄이 탁탁 터지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지대 아래를 지나자 조명탄에서 빛나는 액체 방울이 흘러나와 구멍이 울퉁불퉁 파인 철제 헬멧 위에 떨어졌다. "기깔난 돌박사라더니만, 틀려먹었구먼." 휴렛이 뒤를 돌아보며 불만에 찬 말을 내뱉었다. '훌륭한 광물 분석가라더니, 아니었군.' 슈라이가 해석했다. 자운에 온 지 7년이 되었지만, 광부들의 특이한 표현을 바로 알아듣는 것은 아직도 어려웠다. .. 2019. 7. 1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