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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단편소설] 모르가나 - 허물어진 신전에 올리는 기도 [LOL 단편소설] 모르가나 허물어진 신전에 올리는 기도 뿌리에 발이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린은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몇 발 앞서가던 그의 대고모가 돌아봤다. "나 같은 늙은이도 못 따라잡는 게냐?" 그녀가 키득거렸다. "아니에요." 린은 자신의 신발을 보며 중얼거렸다. 린의 대고모 페리아는 머리카락이 눈처럼 하얬고, 나이가 들어 허리가 구부정했지만 린보다는 여전히 키가 조금 더 컸다. 린은 지긋지긋한 자신의 형만큼 크길 바랐다. 린의 형은 두 사람보다도 키가 훨씬 컸다. 린은 숲의 이쪽 구역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이곳 소나무들은 어찌나 빽빽이 자랐는지 한낮의 햇빛마저도 그림자에 가려 흐릿해질 정도였다. 앞서가던 페리아가 갑자기 멈춰 섰다. 린은 페리아가 이끼로 뒤덮인 바위를 보고.. 2019. 6. 2.
[LOL 단편소설] 다리우스 - 겨울봉우리로 가는 길 [LOL 단편소설] 다리우스 겨울봉우리로 가는 길 저녁 무렵이 되자 마야의 군화는 눈으로 다 젖고 말았다. 발을 디딜 때마다 차디찬 물이 스며들어 발이 베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다른 병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약 24km나 되는 비탈을 내려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열의 선두에 선 군단병들은 끄떡없는 듯했다. 그들은 아침부터 변함없는 속도로 위풍당당하게 행군했으며, 동시에 전방을 향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마야는 생각했다. '아마 더 좋은 군화를 신었겠지. 아무리 트리파르 군단이 강하다고 해도 일반 군화를 신고 저렇게 멀쩡할 순 없어.' "이봐, 힘들어?" 졸트가 말했다. 졸트는 부대의 유일한 미노타우로스였다. 그는 병사들 중에 가장 몸집이 컸으며, 나이도 가.. 2019. 5. 25.
[LOL 단편소설] 자이라 - 꽃에 묻히다 [LOL 단편소설] 자이라 꽃에 묻히다 토니카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시장의 습하고 향기로운 공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하게 되지만, 해틸리는 뭐에 홀린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꽃봉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이하게 뒤틀린 꽃봉오리는 말라버린 붉은 꽃잎에 둘러싸여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꽃이었다. "그 꽃은 안 사는 게 좋을걸?" 나이가 지긋한 꽃집 주인이 말했다. "그건 밤에 피는 자이키드라네. 희귀한 꽃이야. 햇빛이 닿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남부 밀림에서 뽑아 왔어. 연금술사나 약제사들이 주로 쓰지..." 꽃집 주인은 청옥 장미 다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청정한 아이오니아 지방의 꽃이라네. 거친 쿠만그라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게 내가 직접 개량했지. 아니면 달빛 진주는 어떤가?" .. 2019. 5. 4.
[LOL 단편소설] 케일 - 정의의 불길 속에서 [LOL 단편소설] 케일 정의의 불길 속에서 빛나는 사원의 계단에 서 있던 애브리스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원의 입구에는 수호자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조각상은 석양을 뒤로한 채 얼굴 부분의 윤곽을 드러냈고, 앞으로 숙인 머리 주위로 빛이 일렁였다. 흰색 돌을 깎아서 만든 수호자의 조각상은 반짝이는 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어깨 뒤로는 거대한 날개가 돋아나 있었고, 가슴팍에는 두 자루의 검을 쥐고 있었다. 투구를 쓴 조각상의 얼굴은 표정이 없었지만 근엄했으며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완벽함이 묻어났다. 조각상이 발을 딛고 있는 주춧돌에는 수백 개의 촛불이 놓여 있었다. 애브리스는 자신의 검과 방패를 조각상 아래쪽에 기대 놓았다. 그것들은 조각상이 들고 있는 돌로 만든 검만큼이나 깨끗하고 흠이 .. 2019. 4. 18.
[LOL 단편소설] 애니 - 말썽 [LOL 단편소설] 애니 말썽 마르신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앞에서는 사람들이 맥주가 가득 담긴 커다란 잔을 부딪치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러다 이따금 누군가 큰 소리로 술을 주문하고 동전을 올려놓으면 마르신은 즉시 바를 따라 술잔을 손님 앞으로 밀어 보냈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손님들을 상대하는 마르신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으며, 덕분에 말썽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선술집에서는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한판 붙을 상대를 찾는 사나운 싸움꾼, 망토를 뒤집어쓰고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다 칼에 맞아 죽는 사람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선술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르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바를 향해 걸어오는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녀의.. 2019. 4. 4.
[LOL 단편소설] 사일러스 - 신입 대원 [LOL 단편소설] 사일러스 ▶ 신입 대원 ◀ 협곡 깊숙이 자리 잡은 추방자들의 야영지에서는 해가 중천까지 솟아야만 빛을 볼 수 있었다. 드레그본 출신의 사일러스는 자신의 숙소 옆으로 드리운 그늘 안에서 정찰병이 돌아오기만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얼마 후, 협곡 입구의 돌탑을 돌아 야영지 쪽으로 걸어오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뒤에는 놀란 눈을 한 소년이 따라오고 있었다. "햅이라는 녀석이에요. 받아달라고 하네요." 정찰병이 말했다. "그래요?" 사일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년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지하 활동 때부터 알던 아이예요. 가족들이 마력척결관들에게 잡혀갈 때 혼자 겨우 빠져나왔죠." 사일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햅을 훑어봤다. 소년의 몸에 깃든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마치 시커먼 먹구름 같은 .. 2019. 3. 9.
[LOL 단편소설] 애쉬 - 더 어려운 길 [LOL 단편소설] 애쉬 ◈◈◈◈◈◈◈◈◈◈◈◈◈◈◈◈◈◈◈◈◈◈◈◈◈◈◈더 어려운 길◈◈◈◈◈◈◈◈◈◈◈◈◈◈◈◈◈◈◈◈◈◈◈◈◈◈◈ 거대한 화로에 불이 붙자 공중으로 불꽃이 치솟았다. 과거, 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롯불은 축제의 시작을 의미했다. 부족들은 평원에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몇 번의 축제를 치르는데, 그중에서도 수확제는 연중 가장 큰 행사였다. 보통은 화로에 불이 붙으면 세 자매의 축복을 기원하는 환호가 얼어붙은 산비탈에 울려 퍼지지만, 지금 아바로사 부족민들은 입을 다문 채 화롯불이 아닌 애쉬가 서 있는 단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애쉬는 모여 있는 부족민들을 훑어보았다. 축제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애쉬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려고 모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애쉬는 .. 2019. 2. 15.
[LOL 단편소설] 이즈리얼 - 한 탐험가의 여정 [LOL 단편소설] 이즈리얼 ▼▼▼▼▼▼▼▼▼▼▼▼▼▼▼▼▼▼▼▼▼▼▼한 탐험가의 여정▲▲▲▲▲▲▲▲▲▲▲▲▲▲▲▲▲▲▲▲▲▲▲ '찬란한 성물의 지하실' 탐험 수기 기록자 : 이즈리얼 필트오버의 가장 위대한 '공인' 탐험가(필트오버 탐험가 조합의 공식 조합원 자격은 아직 보류 중) ▶ 1일 차, 준비 ◀ 탐험 점검표:✓ 슈리마의 힘이 깃든 장갑✓ 강화 가죽 재킷 (새필라이트 로우 거리에 있는 '잘리의 탐험 용품 & 잡화점'에서 맞춤 제작)✓ 방수 처리한 캔버스 부츠 (이것도 잘리네 상점 제품)✓ 동굴 탐사 장비✓ 밧줄 1개 (길이가 짧으려나?)✓ 손 곡괭이? (뭐라고 부르더라?)✓ 배관 청소부 복장 (일회용) ✓ 라이트페더사의 멋쟁이 탐험가용 포마드 한 통 (하나 더 가져갈까?)잘리에게 전부 삼촌한테 청.. 2019. 2. 5.
[LOL 단편소설] 이즈리얼 - 수집상의 수작 [LOL 단편소설] 이즈리얼 ◈◈◈◈◈◈◈◈◈◈◈◈◈◈◈◈◈◈◈◈◈수집상의 수작◈◈◈◈◈◈◈◈◈◈◈◈◈◈◈◈◈◈◈◈◈ 한 가지 분명히 하자면, 난 자눅이 말한 '공포의 군주'인지 뭔지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눅이 구해 달라고 부탁하길래 우스꽝스러운 유리병을 그에게 팔려고 했을 뿐이다. 그저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나라면 끝까지 당신 생각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내 생각대로' 말이다. 그거나 이거나지만. 자눅은 붉은 수염을 기른 프렐요드의 이주자로, 주머니가 빵빵하고 욕심이 많았다. 자눅의 고용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사택은 유물과 미술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 절반은 무덤을 도굴했거나 다른 박물관에서 빼돌린 것이었다. 자눅은 자신이 모은 수집품을 끼고 식사하는 것을 .. 2019.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