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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

[LOL 단편소설] 리산드라 - 꿈 도둑

by Captain Jack 2020. 1. 31.

   

LOL 단편소설

 


= 리산드라 =

 

꿈 도둑

 

 

얼음 마녀는 요새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그녀는 어디에서든, 어떤 곳에서든 자며, 어느 곳에서도 자지 않는다. 때로는 이 모든 걸 동시에 하기도 한다.

지금 그녀가 몇 시간 동안 몸을 뉘기로 선택한 동굴 형태의 장소는 일천 개의 요새를 품을 만큼 넓었다. 얼음 정수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다가 지하 지평선 이편에서 저편까지 뻗어 있었다. 지하 지평선은 소란스러운 지상 세계의 지평선과 다르게, 완전히 다른 형태의 광기에 훨씬 가까웠다.

그녀는 이 장소를 자주 방문한다. 그녀는 언제나 홀로 찾아가지만, 언제나 혼자인 법이 없다.

혹자는 그들을 괴물이라 부르는가 하면, 신으로 칭하는 자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얼음 이불 아래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그림자는 꿈에 빠져 있을 뿐이다. 리산드라는 충실하게 그들을 돌보고, 잠자리가 편안한지 살핀다.

냉기 수호자들이 깨어나서는 안 된다.

그녀는 오래전에 시력을 잃었기에, 정신을 통해 잠자는 그들의 모습을 살핀다. 그녀가 보는 형상은 언제나 살과 뼈를 파고드는 이상의 오한을 가져온다. 그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피부에 얼음이 닿아도 떨지 않게 되었다.

이곳에 내려올 때면, 시력을 잃은 것이 축복으로 느껴졌다.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그들의 꿈속을 거닐고, 그들이 이 세상에 원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들의 꿈이 깨지 않게 해야 한다.

냉기 수호자 중 하나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리산드라는 지난 초승달 무렵 그것을 감지했으며, 그가 다시 한번 스스로 진정했으면 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심연의 지성이 다른 지성들과 부딪히며 점점 더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가 투구를 벗는다. 의식용 로브가 발목 주변으로 떨어지고, 그녀는 얼어붙은 공허 속에서 잠을 청한다.

리산드라는 얼음 위에 손가락을 펼친다. 머리카락이 얼굴로 쏟아지며 세월이 남긴 주름과 흉터에 뒤덮여 텅 빈 눈을 가린다. 그녀는 오래전에 꿈속을 거니는 비법을 배웠다. 이 혹독한 땅의 머나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하고, 새벽이 오기 전에 수백 번을 오갈 수 있다. 가끔은 자신의 육체가 어디에 있는지 잊곤 한다.

이제 그녀의 정신은 서서히 가라앉으며 장막을 통과하고 있다. 그녀는 두꺼운 얼음 정수를 느끼며 잠시 묵상에 잠긴다. 믿음의 짐을 유리 위에 통째로 올려놓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위였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

장막 너머의 어둠 속에서 이빨을 내보이며 떨고 있는 냉기 수호자는 분노 섞인 기대에 차 있다.

그것은 산보다도 컸다. 작은 냉기 수호자일까? 리산드라는 그러길 바란다. 그녀는 거대한 냉기 수호자를 감히 시험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은 중력과 시간을 통째로 집어삼켜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의 차원 전체를 잠식할 수 있는 듯했다. 리산드라는 그들을 생각하면 자신이 눈보라 속의 작은 눈송이 하나처럼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하고 끔찍한 생물에 집중한다.

생물의 꿈과 그녀의 꿈이 하나로 합쳐진다.

또 하나의 리산드라가 꿈속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이 불사의 존재는 검은 태양 뒤에 우뚝 서 있다. 머리카락이 천상을 향해 일렁였고, 수정같이 푸른 눈은 온전했으며 세상 마지막 여명의 신비로운 힘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그녀는 아름답다. 그녀는 신이다. 그녀는 태양을 지평선 아래로 누르려 애쓰고 있다.

불타는 검은 구체는 다시 떠오르려 저항하며 여신의 손가락을 태운다.

그녀는 얼어붙은 잿더미가 뒤덮인 산지로 긴 반그림자가 쏟아지는 것을 본다. 이 땅은 모든 생명과 마법이 사라진 프렐요드의 모형이다...

생명. 생명이 핵심이다. 한때 리산드라가 나락의 괴물들에게 제물로 바쳤던 얼어붙은 땅, 프렐요드의 살아 있는 생명. 그녀는 동요하는 냉기 수호자를 그의 어두운 생각으로부터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끈 후, 다른 자들의 꿈과 함께 달래고자 노력한다.

 


 


부족은 세 개의 야영지로 나뉘었다. 냉기의 화신 전쟁의 어머니가 그렇게 명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천막에서 잠자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게 만들어, 암살자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제는 발밑의 빙하와 머리 위의 별들 사이에서, 얼음덩어리 위에 말린 엘누크 가죽을 대고 촛불에 의존하며 관찰 기록을 적는다. 그의 손놀림은 안정적이고 대범하다. 그는 매일 밤 서리방패 요새에 기록을 보내야 한다.

그는 궁금했다. 권력으로 편집증을 숨길 수 있을까? 아니면—

입김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수치심이 그의 목을 죄어 온다. 그는 세 자매 중 가장 위대한 리산드라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공손히 천 띠를 집어 들고는 연신 서약을 읊었다. 그의 심장을 이토록 시리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시선뿐이었다.

"눈을 가리지 말아라." 그녀가 밤의 그림자 속에서 나오며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차갑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보고는—"

"네 보고를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너는 꿈을 꾸고 있다. 잘 들어라. 얼음의 소리를 들어라."

소리를 들은 서리 사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얼음이 갈망하고 있다.

아니, 얼음이 아니다. 얼음 밑에... 무언가 있는 걸까?

"어떤 의미일까요?" 그가 묻지만, 리산드라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사제가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그는 눈먼 채로 섬기고, 얼어붙고, 피 흘릴 것을 맹세한 몸이다. 그는 천 끈을 집어 들어 눈을 가린다.

새벽이 밝기 전 그는 전쟁의 어머니와 세 야영지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그리고 리산드라는 또 다른 자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얼음매 일곱 마리가 깃털의 서리를 흩트리며 푸른 하늘을 가로지른다. 무시무시한 송곳니 같은 산이 둥근 회색 돌로 가득한 해안을 굽어보며 얕은 바다로 이어진다.

누구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소녀가 홀로 걷고 있다.

그녀가 게 하나를 집어 든다. 검은색 게의 머리 위에서 네모난 눈이 떼룩떼룩 돌아간다. 조심스레 게를 잡고 있자 게의 다리가 손바닥을 간질인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검은 수면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거의 얼어붙은 조수에 실려 오는 것이 보인다. 얼음덩어리가 바위투성이 해안에 부딪히더니 녹기 시작한다. 얼음이 조금씩 녹아 없어지더니 얼음 요람 속에 웅크리고 있는 여자의 형상이 나타난다. 그녀는 겨울의 화신이다.

소녀는 게를 떨어뜨린다.

부서지는 파도 위로 솟아난 리산드라의 모습은 마치—

"마녀다!" 소녀가 비명을 지른다. 얼음과 눈, 살을 에는 듯한 냉기의 돌풍이 그녀의 입에서 쏟아진다.

마녀가 사라지고, 눈보라를 내뱉는 어린 소녀만이 남는다.

그녀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깬다. 근처에서 꺼져 가는 불 주변에는 다른 아이들이 자고 있다. 프렐요드의 눈이 붉어진 탓에 고아가 된 아이들이었다. 등에 도끼를 찬 엄한 인상의 여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은 그녀가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화로에서 불씨가 튀더니 소녀 발치의 허름한 털가죽에 내려앉는다.

그녀는 불씨를 손가락으로 만져 본다. 불씨가 즉시 얼어붙는다.

이미 다른 꿈으로 향하고 있는 리산드라는 이 아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이는 냉기의 화신이다. 곧 닥칠 전쟁에 유용한 새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새 적이 될지도.

 


 


높은 산 위의 가엾은 여행자를 쓰러뜨린 것은 지독한 추위가 아니다.

그를 쓰러뜨린 것은 자신의 무지함이다.

그는 낮은 동굴 속에 몸을 웅크린다. 더 이상 어릴 적의 노래를 불러 자신을 달랠 수 없기에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공기가 얼음장같이 차가워 도저히 들이쉴 수 없다. 서리와 얼어붙은 콧물로 하얗게 센 수염 때문에 파랗고 찢어진 입술을 열기가 고통스럽다. 다리와 손에 감각이 없다. 더 이상 몸도 떨리지 않는다. 그는 너무 심하게 지쳐 버렸다.

그는 추위에 굴복했다. 냉기가 그의 심장을 가져가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그가 바라던 최후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온기와 자유를 느낀다.

"아름다운 땅을 향해! 햇살을 향해!" 노랫말이 그의 머릿속을 멍하니 맴돌았다. 그는 눈과 얼음이 아닌 푸른 목초지를 본다. 머리카락을 스치는 여름 산들바람이 느껴진다.

리산드라는 낮은 동굴의 뒤편으로부터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의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죽음이 서서히 퍼져 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는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꿈이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누구도 최후의 순간에 홀로 있어선 안 된다.

"동족이 기다리고 있다, 친구여." 그녀가 속삭인다. "높은 풀숲 속에 누워라. 네가 쉬는 동안 내가 보살펴 주겠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본다. 그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얼굴이 전보다 젊어 보인다.

그러더니 그는 눈을 감고 꿈속으로 사라진다.

리산드라는 그의 꿈이 사라질 때까지 그 끝자락을 지킨다.

 


 


전투의 함성과 죽음의 비명이 리산드라를 남쪽으로 이끈다. 피와 불꽃, 성난 쇠의 날카로운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눈이 녹는 이곳에는 풀이 자란다. 햇살 가득한 목초지는 아니지만, 프렐요드 부족민들에게는 그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꿈이 빙빙 돌다 일그러진다.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만, 그녀의 무릎이 꺾일 듯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불타는 오두막의 꼿꼿한 나무 기둥에 기대 몸을 추스른다.

불꽃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실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날만을 기다렸다, 마녀!"

놀랍게도, 아바로사인이다. 빨간 머리에 덩치가 크고 사나운 남자의 목에는 핏대가 불거져 있다. 그가 톱날 달린 검을 머리 위로 든다. 평생에 보지 못할 승리를 상상하는 남자의 눈은 피에 굶주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수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

리산드라는 다른 사람의 꿈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이 죽었다. 그때마다 그녀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더 이상은 안 된다. 이번엔 당하지 않겠다.

거대한 얼음 손아귀가 그녀 주변에 솟아 방패를 이루며 그녀를 감싼다. 전사의 칼날은 방패의 표면에 흠집조차 내지 못한다. 그는 휘청거리며 물러나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후 자신이 얼음 마녀를 쫓아낸 영웅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꿈에 불과하다. 아바로사 부족은 멸망할 것이다... 그들이 이름을 따온 사악하고 늙은 마녀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리산드라에게는 더 중요한 걱정거리가 있다.

 


 


폭풍의 눈은 프렐요드에서 가장 포악하다.

돌풍이 몰아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눈송이조차도 피부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리산드라는 원소의 분노와 교감하고 있는 정령 주술사를 찾아간다. 그의 무아지경 상태는 꿈과 매우 흡사해,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폭풍은 기도이자 어사인의 반신 주인과 통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다.

리산드라는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그 증오스러운 존재는 그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프렐요드에서 지워 낼 수 없는 몇 안 되는 기억 중 하나이다.

번개가 주술사에게 여러 번 내리친다. 그의 턱이 벌어지며 송곳니로 가득한 아가리가 된다. 손톱이 검게 변하며 짐승의 발톱이 된다. 그는 인간도 곰도 아닌,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그의 삶 전체가 꿈과 같이 될 것이다. 잠도, 즐거움도 없는, 폭풍만이 가득한 삶. 리산드라는 끓어오르는 광기 속에서 이용할 만한 것을 찾으며 가까이 다가선다.

그러자 주술사의 무시무시한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고, 그녀는 볼리베어의 현신과 얼굴을 마주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리산드라는 주위의 땅에서 뜯어낸 날카로운 얼음 정수 조각을 쥐고 돌진한다. 그녀가 눈앞에 있는 짐승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사지를 옭아매려 하자—

주위의 눈이 검붉게 물든다. 먼 곳의 산봉우리 주변에 천둥이 친다. 뒤틀린 주술사가 무릎을 꿇는다. 그의 몸은 원래의 모습과 변화했을 모습이 뒤섞인 형상이다. 그의 정신은 아직 완전히 빼앗기지 않았으니, 오히려 자비로운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시선들이 폭풍 속에서 빛난다. 형상변환자들은 예전처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과 맞서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그들의 무아지경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리산드라는 얼음 밑의 냉기 수호자 위를 조심스레 선회한다. 얼음 표면에 자신의 작은 몸이 비친다. 시체처럼 창백한 그녀의 살결은 막 내린 눈밭처럼 희다.

괴물 같은 냉기 수호자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다. 마치 갓 태어난 가냘픈 짐승 같다.

냉기 수호자의 꿈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공허만이 가득하다. 공허의 지평선을 공허의 산이 감싸고 있다. 그 공허의 위에는 공허한 구름으로 가득한 공허의 하늘이 펼쳐진다.

그 아득한 공허에 맞서, 리산드라는 싸운다…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도록.

그녀 주변으로 심연이 열린다. 그녀는 검은 태양이 자신의 현신을 집어삼키는 것을 지켜본다. 그러나 검은 태양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잠식하든, 삼킬 것은 언제나 남아 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폭발해 어둠의 파편이 되어 수십억 명의 리산드라로 나뉜다. 파편이 된 리산드라 역시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방대한 공허 속에 파묻힌 비명은 작은 속삭임에 불과하지만, 꿈의 세계는 그 작은 소리에도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녀는 희미한 의식으로 얼음 정수 장막 표면의 문양을 따라 쓴다. 지금은 꺼진 지 오래인 불꽃의 힘으로 탄생한 고대 주문이다. 그녀는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며 휘갈겨 쓴다. 그녀의 움직임은 필사적이고 거칠며 투박하다.

그녀의 몸에는 찢긴 혼의 일부만이 남아 있다.

그러더니 그녀의 정신이 갑작스레 거의 돌아온다. 그녀가 얼음 위로 게워 낸 맑은 토사물은 몸을 웅크리는 그녀의 주변에서 얼어붙었다.

발밑에는 뒤틀린 그림자가 다시 잠들어 있다. 그것은 조금 더 오래 그녀를 집어삼키는 꿈을 꾼다. 이 꿈은 그와 같은 존재가 갈망해온 듯한 유일한 평화를 가져온다.

평화. 평화란 리산드라가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리산드라가 옷을 입고 닳아 빠진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서리방패는 그녀의 통치와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이번 생에서 평화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작은 대가다. 괴물들이 계속해서 잠자며,

꿈꾸고,

갉아 먹도록 하는 데 대한 대가.

 


 


혹독한 바람이 고아가 된 냉기의 화신의 뺨을 뚫어질 듯 세차게 쓸었다. 코는 이미 한 시간 전에 감각이 사라진 후였다. 아니, 두 시간이던가?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눈을 감을 때마다 마녀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지 않는 태양을 등진 여자의 형상이 막 내린 눈에 뒤덮인 채 빛나며 얼음과 뼈, 흑마법으로 이루어진 짐승을 타고 달렸다.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는 뿔 달린 투구 덕분에 마치 머리가 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바싹 마른 검은 입술이 열리며 끔찍한 계시가 흘러나왔다.

"리스, 네가 보인다."

얼음 마녀는 리스의 꿈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어둠이 미소 짓는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엔 얼음과 거짓말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지. 나는 손을 주먹으로 말아쥔다! 얼음 송곳을 찔러 언제나 지켜보고 있는 눈을 없애기 위해! 바람이 점점 커지는 심연에만 노래를 부르짖게 되기 전에..."

리스의 속눈썹이 서로 엉겨 붙은 채 얼어, 눈을 뜨기가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눈을 떠야만 한다. 오래 붙어 있을수록 다시 뜨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뜨거운 피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곤 얼음 조각에 입김을 분 후 자신의 모습이 비칠 때까지 문질렀다. 눈꺼풀 한쪽의 찢어진 상처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음에 비친 모습을 보고, 그녀는 안전한 동굴 안에 자신 말고 누군가 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쇠약한 남자가 동굴 입구에서 떨고 있다. 그의 얼굴이 이른 아침 햇살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리스는 그것이 화려한 환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자의 피부는 푸르고 투명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망가진 관절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듯 힘겹고 느릿했다.

초췌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춥구나. 바닥에 누워 죽어 가면서 깨달았지."

리스는 뒤로 기어 물러났다. "난 먹을 게 없어요. 쉴 곳도 마땅치 않고요. 내게서 빼앗아갈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에 서린 두려움을 증오하듯 소리친다.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배는 고프지 않아. 어떤 쉴 곳도 나를 보호할 순 없어. 이 동굴과 너를 봤다... '그녀'의 서리가 내 눈 앞을 가렸지. 우리의 길은 하나로 합쳐지는 강줄기와도 같아. 바닥에 누워 죽어 가며 깨달았지."

"여러 번 죽었나요?"

"한 번으로 충분했지."

"당신도..." 리스가 잠시 주저하며 망설였다. "당신도 마녀를 봤나요?"

"아니. 하지만 내 핏줄 속에서 마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매 순간, 한때 멈췄던 내 심장이 뛸 때마다."

그가 검게 변한 손을 그녀에게 내민다.

"다른 자들이 있단다, 어린 냉기의 화신이여. 우리가 만나야 할 자들이지. 함께 가야 할 길이 멀어."

"이 모든 걸 바닥에 누워 죽어 가며 깨달았나요?"

"죽음은 많은 것을 보여 준단다, 어린 냉기의 화신이여."

리스가 천천히, 조심스레 일어선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이제 누구도 아니다. 내 몸에 깃들어 있는 손님에 불과하지. 내 이름은 얼음으로 뒤덮여 버렸어. 하지만 날... 셰임블이라고 불러도 좋아. 네 이름은...?"

"리스예요. 가는발 부족 출신이죠."

"그럼 가자꾸나, 가는발 부족 냉기의 화신 리스. 다른 자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누군데요?"

 

 


 


서리방패 요새의 첨탑이 얼어붙은 풍경 속에 솟아 있다. 거의 끝나지 않는 밤하늘에서 녹색, 분홍색, 푸른색으로 빛나는 마법의 광채가 파도처럼 춤춘다. 별들은 가장 차갑고 깨끗한 이곳의 공기 속에 영원히 빛난다.

이 숨겨진 요새를 찾는 방법을 아는 자는 많지 않다. 세상에는 군대를 일으켜 이곳을 파괴하려는 자가 많다. 요새를 찾는 데 성공한 자들은 자기 뜻대로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섯 명의 지친 인간들이 울퉁불퉁한 산길에서 나와, 프렐요드 땅의 숨겨진 상처를 따라 무거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들은 얼음 마녀를 찾고 있다. 수 세기를 걸쳐 많은 자들이 그랬듯, 모두 꿈속에서 리산드라를 만났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느끼고 있다.

얼음 밑에 있는 어둡고, 공허하며,

굶주린,

갉아 먹는 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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