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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

[LOL 단편소설] 카서스 & 모데카이저

by Captain Jack 2018. 11. 19.

 

[LOL 단편소설]

 

 



▶ 카서스 - 수장

 

 

바다는 거울처럼 매끈하고 어두웠다. 지난 여섯 밤처럼 해적의 달이 수평선에 나지막이 걸려 있었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망할 장송곡만 빼면. 녹서스 주변 바다를 오래 항해한 비오낙스는 이런 바다가 불행의 전조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크윌 호의 앞 갑판에 서서 쌍안경으로 먼바다를 살폈다. 현재 위치를 알려줄 만한 단서가 필요했다.


비오낙스는 캄캄한 어둠을 향해 중얼거렸다. “어느 쪽을 봐도 바다밖에 없어. 육지도 안 보이고 내가 아는 별도 안 보여. 돛은 바람을 받지 못하고. 갑판의 노를 며칠씩 저었지만, 어느 쪽으로 가도 육지는 가까워지지 않고 달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구나.”


잠시 손을 놓은 비오낙스가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배는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울어댔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둠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확히 가늠하는 게 불가능했다. 다크윌 호는 비오낙스의 배가 아니었다. 원래 그녀는 1등 승무원이었으나 프렐요드 해적이 도끼로 메톡 선장을 처치하는 바람에 갑자기 선장이 되었을 뿐이었다. 선장을 비롯한 녹서스 전사 열 다섯 명의 유해는 꿰매놓은 해먹에 감싸인 채 주갑판 위에 간수되어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것은 갈수록 고약해지는 시체의 악취뿐이었다.


너른 바다로 시선을 옮긴 비오낙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수면에서 짙고 검은 안개가 피어 올랐고, 그 안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갈고리가 달린 팔들과 크게 벌린 입들. 망자들의 비통한 울음이 갈수록 더 큰 소리로, 그 놈의 망할 진혼곡과 함께 바다 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비오낙스가 외쳤다. “검은 안개다! 전원 갑판으로 집합!”


그러고는 몸을 돌려 키가 있는 뱃머리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배를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했다. 사람들이 하단 갑판에서 비틀거리는 가운데, 길 잃은 영혼들을 위한 으스스한 비가가 배 위로 울려퍼졌다.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지는 와중에도 부정할 수 없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노랫소리였다. 눈이 따끔거리더니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흘렀다. 공포가 아닌 끝없는 슬픔의 눈물이었다.


“네 슬픔을 멈춰 주마.”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이 목소리는 죽은 자의 목소리처럼 차갑고 생동감이 없었다. 시체로 가득한 수레의 강철 테두리 바퀴와 죽은 사람의 수효를 지팡이에 새기는 칼이 연상되는 목소리였다. 비오낙스는 검은 안개의 전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둠이 집어삼킨 동쪽 섬들을 피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배가 그림자 군도에서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비오낙스가 즉시 배를 세웠다. 검은 안개와 함께 죽은 것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뱃전 위를 가득 채웠다. 저주받은 합창단처럼 망령들이 머리 위를 빙빙 돌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다크윌 호의 선원들은 망령들을 보고 공포에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안개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형상을 보고 비오낙스가 권총을 꺼내 급히 장전했다. 떡 벌어진 어깨의 거구였다. 너덜너덜한 고대의 사제복을 입고 있었으나, 음산한 두개골과 어깨에는 무사의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책 한 권이 쇠사슬로 매달려 있었고, 손잡이에 수없이 많은 눈금이 새겨진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지팡이 꼭대기에서 빛나는 유령 같은 불빛이 지팡이를 잡지 않은 손바닥을 별똥별처럼 비추었다.


“왜 우느냐? 나는 카서스다. 위대한 선물을 가지고 왔다.”


“당신의 선물 따위 원치 않아!” 비오낙스가 방아쇠를 당기며 외쳤다. 큰 소리와 함께 총열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탄환은 아무런 상처도 내지 않고 망령을 그냥 관통해버렸다.


투구를 쓴 머리를 흔들며 그가 말했다. “너희 인간들이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대가 없이 주어지는 은혜를 거부하려 하지.”


카서스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지팡이에서 스며나오는 음산한 불빛이 배의 갑판을 흐릿하고 끔찍한 색으로 가득 채웠다. 비오낙스가 망령의 차가운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뒷걸음쳤다. 사악한 빛을 쬔 선원들이 쓰러지고, 그들의 영혼이 몸에서 증기처럼 빠져나갔다. 비오낙스는 나뒹굴던 해먹에 발이 걸려 넘어진 후, 동료 선원들의 몸을 헤치고 일어나 허둥지둥 도망치려 했다.


그때 그녀 밑에 있던 해먹이 움직였다.


해먹에 싸인 시체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물에 막 걸린 고기들처럼 숨을 헐떡거리면서 몸부림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돛의 찢어진 구멍과 꿰맨 틈에서 안개가 덩굴손 같이 피어났고, 그 안개 속에서 움직이는 얼굴들이 보였다. 수년을 함께 항해하고 함께 싸웠던 이들의 얼굴이었다.


망령이 다가와 비오낙스를 내려다보았다. 다크윌 호의 죽은 선원들이 그의 곁에 서 있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죽은 선원들의 영혼이 달빛에 어른거렸다.


카서스가 말했다. “비오낙스, 죽음은 두려워할 게 아니다. 인간을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하고 별 볼 일 없는 세속의 존재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여 영원한 삶의 영광을 보여주지. 죽음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받아들여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버려라. 필요 없는 것이다.”


카서스가 손을 펼치자 그 안에 있던 빛이 부풀어 올라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비오낙스가 소리쳤다. 불빛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어 피부, 근육, 뼈를 넘어 영혼까지도 흔들리게 했다. 카서스가 펼친 손을 다시 꽉 쥐자, 비오낙스는 몸 속에서부터 자기 자신이 뽑혀나오는 것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영혼이 자유롭게 날 수 있게 하라.” 카서스가 몸을 돌려 날카로운 못으로 지팡이에 새 눈금을 새기기 시작했다. “아무런 고통이나 두려움, 욕망도 없이 내가 보여줄 아름다움만 느끼게 되리라. 기적과 경이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이여. 이러한 황홀함을 갈망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비오낙스가 마지막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 난 보고 싶지 않아.”


카서스가 대답했다. “이미 다 이루어졌다.”




▶ 모데카이저 - 파멸의 그림자

 

 

검은 안개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똬리를 틀더니 꼬불꼬불 움직이며 고립된 회색 성을 에워쌌다.


검은 안개의 어둠 속엔 중무장한 거구의 형상이 거닐고 있었다. 무거운 갑옷은 기름을 칠한 듯 반짝였고 뿔난 투구 안에는 마법의 기운으로 가득한 눈이 잔혹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갑옷 입은 악령은 성문 쪽으로 다가섰다.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발치의 풀들이 시들었다. 벽 너머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들은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속삭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모데카이저.”


화살이 셀 수 없이 밤을 갈랐다. 갑옷을 스친 화살 몇 개가 모데카이저를 맞혔다. 화살 하나가 투구와 갑옷 사이의 틈에 명중했다. 그러나 가차없는 걸음걸이는 느려질 줄 몰랐다.


육중한 강철 창살문이 앞을 막았다. 모데카이저는 장갑 낀 손을 들어 올리더니 공중에서 무언가를 비트는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격자무늬 창살문이 큰 소리를 내며 형태가 뒤틀리더니 휙 젖혀졌고, 그 너머 커다란 떡갈나무 문이 드러났다.


문 표면에 수호 부적처럼 새겨진 룬 문자가 하얗게 불타오르며 나타나, 모데카이저를 반 발짝 물러서게 했다. 검은 안개는 모데카이저를 감싸며 요동쳤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요동치는 형상들, 산 자에 굶주린 끔찍한 혼령들의 모습이 요새 경비병들의 눈에 들어왔다.


모데카이저는 거대한 철퇴 ‘몰락의 밤’을 치켜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수천의 목숨을 앗아간 악명 높은 무기였다. 모데카이저가 철퇴를 세게 휘둘러 떡갈나무 문을 강타하자, 룬 문자가 폭발해버렸다. 시시한 수호부 따위가 모데카이저의 강대한 마력을 이길 순 없었다. 경첩에서 뜯겨 나간 문이 안쪽으로 산산조각 부서졌다.


그 틈으로 검은 안개가 흘러들어 갔다. 모데카이저도 안개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되는 대로 급하게 무장한 사람들이 경비병들과 함께 안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약해빠진 놈들이었다. 모데카이저는 사람들을 쭉 훑으며 자신에게 걸맞은 적수를 찾아보았다. 은빛 갑옷의 기사가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나왔다. 모데카이저의 꺼지지 않는 시선이 그 기사에 닿았다.


기사가 말했다. “망령이여, 돌아가라. 아니면 내가 너를 물리치리라. 이 마을과 마을의 주민들은 내가 보호한다.”


이 위협에 맞서 혼령의 무리와 반투명한 전사들이 그들의 군주 뒤 검은 안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영혼은 내 차지다.” 모데카이저가 달려드는 영혼들을 저지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죽음의 음색과도 같이 깊고 음산했다.


모데카이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죽음의 기운이 서린 사악한 원뿔 하나가 기사를 향해 돌진했다.


기사의 갑옷이 아주 잠깐 반짝이더니 다시 평범한 제 형태로 돌아갔다. 기사는 모데카이저의 흑마술에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다.


모데카이저가 기사를 조롱했다. “데마시아산 갑옷이라…. 목숨을 지키기엔 부족하군.”


모데카이저가 앞으로 한 발 내딛더니 ‘몰락의 밤’으로 기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기사는 양손검을 이용해 공격을 막았으나, 철퇴의 무게에 눌려 무릎을 꿇었다. 모데카이저는 거인처럼 그 앞에 버티고 섰다.


철퇴가 다시 한 번 살기를 가득 품고 호를 그렸다. 기사는 몸을 돌려 피하고, 측면으로 발을 내디뎌 모데카이저의 갑옷 틈으로 검을 깊숙이 찔러넣었다. 산 자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겠지만, 상대가 인간이 아니었기에 아무 효과도 없었다. 모데카이저는 기사의 머리를 되받아쳤고, 기사는 비틀거렸다.


모데카이저가 앞으로 나아가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절묘한 검기로 공격을 흘려낸 기사는, 모든 힘과 체중을 실어 거대한 적의 가슴에 칼끝을 찔러 넣었다.


쇳소리와 함께 칼이 심장 바로 위 갑옷을 뚫었다. 그러나 갑옷 속은 마치 텅 비어있는 것처럼, 아무 저항도 전해지지 않았다.


모데카이저가 거대한 손으로 기사의 멱살을 잡아 땅에서 들어 올렸다.


“이 인간들을 보호하겠다고? 네가 이들을 베게 될 것이다.”


모데카이저가 기사의 목을 더 세게 쥐어짰다. 기사의 발이 허공에서 버둥댔다.


모데카이저는 불타는 눈으로 기사의 몸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마침내 시체가 된 기사를 땅에 내동댕이쳤다.


모데카이저가 몸을 구부려 죽은 기사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댔다. 다시 몸을 일으킨 모데카이저 앞에 죽은 기사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기사의 영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눈에 공포가 가득했다.


“자,” 모데카이저가 명령했다. 노예가 된 영혼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모두 죽여버려라.”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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