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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

[LOL 단편소설] 말파이트 - 독이 든 나무뿌리

by Captain Jack 2019. 7. 10.

 

[LOL 단편소설]

 

말파이트

 


 

독이 든 나무뿌리

 

 

슈라이는 기계 관절을 가진 갱도 관리자 휴렛을 따라 자욱한 먼지구름을 뚫고 광산 통로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중고 기계 식도로 숨 쉬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운 광부들이 그것을 사용했을지 상상하지 않으려 애썼다. 목제 천장 지지대에서 뻗어 나온 화학공학 조명탄이 탁탁 터지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지대 아래를 지나자 조명탄에서 빛나는 액체 방울이 흘러나와 구멍이 울퉁불퉁 파인 철제 헬멧 위에 떨어졌다.

"기깔난 돌박사라더니만, 틀려먹었구먼." 휴렛이 뒤를 돌아보며 불만에 찬 말을 내뱉었다.

'훌륭한 광물 분석가라더니, 아니었군.' 슈라이가 해석했다.

자운에 온 지 7년이 되었지만, 광부들의 특이한 표현을 바로 알아듣는 것은 아직도 어려웠다.

"감독 양반한테 필트오버 돌박사는 필요 없다고 말했건만. 자운 광물은 우리가 더 빠삭하다니까. 덕분에 시작부터 삽질했잖소!"

"휴렛 씨. 장담하는데, 저는 슈리마에서 자운까지 안 가본 광산이 없습니다. 저도 당신만큼이나 이곳 암반층을 잘 알고 있어요."

"이 양반이 말이면 다인 줄 아나." 통로 끝에 있는 채굴 공동으로 들어서며 휴렛이 툴툴거렸다. "이곳 광석은 당신 말이랑 딴 판이잖소."

먼지로 뒤덮인 광부들이 화학공학 드릴, 공압 굴착기, 마법공학 폭약 상자 곁에 앉아 있었다. 이들 모두는 슈라이가 그라임 남작에게 약속한 헥사이트 암반층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어야 했다. 광부들이 앉아 쉬고 있다는 것은 슈라이의 직업 정신에 대한 모욕이었다.

휴렛은 화학공학 램프를 들어 갱도 끝에 있는 광석을 밝혔다. 슈라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운의 암석층은 보통 퇴적 석회암으로, 높은 열과 압력에 의해 형성된 변성암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

 



그러나 이 암석은 전혀 달랐다...

슈라이는 램프를 낚아채 갱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장갑을 벗고 손으로 벽을 만져 보았다. 미세한 구멍이 있고 따뜻하며, 특이한 암갈색을 띠고 있었다. 자신의 고향 슈리마에서 발견될 법한 모습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어제는 없었단 말입니다."

"아 글쎄, 어제 당신이 말한 대로 드릴질을 했는데 오늘 해 뜨자마자 와 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니까."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작께서 돈을 지불하셨으니 가만히 앉아 있어선 안 됩니다. 파괴하고 진행하세요."

휴렛이 씩 웃으며 말했다. "폭약을 쓰라는 거요?"

"그래요."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목소리는 사방에서 들려 왔다. 지각판의 울림에서 나오기라도 한 듯, 한 마디 한 마디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광부들은 도망쳤지만, 슈라이는 갱도 벽에 붙어 머리에 쓴 헬멧을 꽉 눌렀다. 목소리는 거대한 존재에게서 나온 듯했다. 갱도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슈라이가 고개를 들자 구멍 난 암벽이... 말 그대로 살아 움직였다.

암석은 움직이고 갈며 스스로 모양을 바꿨다. 슈라이는 놀라움에 차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두 개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 감은 눈의 모습이 되었고, 돌출된 바위는 코처럼 보였다. 들쭉날쭉하게 휜 틈은 거대한 입이 되어 먼지를 쏟아 냈다.

거대한 얼굴이 암벽을 채웠다. 너비가 족히 10m는 되었고, 높이는 그 두 배가량이었다.

'아지르의 유골! 이것이 머리라면, 몸은 얼마나 큰 걸까?'

눈처럼 보이는 구덩이가 돌이 갈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케네세트로 가는 길에 본 떠돌이 방직공 소녀가 능수능란하게 베를 짤 때 나던 소리와 비슷했다. 슈라이는 거대한 얼굴의 시선을 마주했다. 노란 보석과도 같은 액체 광물이 눈을 이루고 있었다.

'석영이야. 본래 이 지역에선 나오지 않는 광물인데.'

"이 광석에는 생물이 살고 있다." 암벽이 입을 열자, 슈라이는 귀청이 터질 듯한 소리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 나름대로 아름답지만, 혼돈으로 가득한 생물이지. 이 바위를 파괴하면 큰일이 벌어질 테니,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얼굴이 눈을 깜박이자, 바위로 된 눈꺼풀에서 조약돌이 떨어졌다.

"음, 다... 당신은 산의 정령이라도 되는 건가요?"

바위 얼굴의 눈썹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찌푸려졌다.

"내가 아는 한, 그렇지 않다. 하지만 과거엔 그런 존재의 일부였던 것 같다. 세계는 혼란으로 가득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게 쉽지 않지."


"그럼 당신은 어떤 존재죠?"

 



"어떤 존재라." 바위 얼굴이 슬픔에 찬 한숨을 내쉬자 갱도가 휘었다. "더 거대한 존재의 작은 일부라고 할 수 있지.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는 질서의 파수꾼. 내 이름은... 말파이트다."

벽의 틈에서 이판암이 쏟아져 나오자, 설계 시 예상된 것보다 훨씬 큰 압력을 받은 나무 지지대가 삐걱거렸다. 슈라이는 머리 위의 암석층에 생긴 균열이 걱정됐다. 야심에 차 작업을 서두른 결과였다.

"그만 움직이면 안 될까요? 광산이 무너지겠어요."

"이런. 미안하군."

"바위 속에... 생물이 살고 있다고 했죠? 어떤 생물이죠?"

"있어선 안 될 존재지. 모든 것을 잠식하기 위해 사는 생물이다."

슈라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멸망한 이케시아 근처에서 자란 그녀는 그런 생물을 알고 있었다.

"어떤 생물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그 생물은 남부 대륙의 사막에만 살 텐데요."

"과거엔 그랬겠지. 그러나 지금은 독이 든 나무뿌리처럼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슈라이는 불안한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바위 얼굴이 작게 웃자, 천장에서 또 돌 조각이 떨어졌다.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몸 안에 가뒀으니. 녀석들은 내가 처리하겠지만, 더 많은 놈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라..."

암벽의 눈에서 빛이 가시고 눈꺼풀이 닫히자 갱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가 보도록 해." 바위 얼굴이 말했다.

휴렛이 뒤에서 나타나 화학공학 팔로 슈라이를 잡았다.

"어서 나가야 하오, 분석가 양반. 더 있으면 동굴이 무너질 거요."

슈라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갱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그라임 남작께는 쓸모없는 암석층이었다고 전하죠."

휴렛이 미소를 지었다. "기깔난 돌박사가 맞았는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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