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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

[LOL 단편소설] 르블랑 - 검은 장미단의 가시

by Captain Jack 2019. 7. 20.

 

[LOL 단편소설]

 

르블랑

 


 

검은 장미단의 가시

 

 

 

"이해가 안 되는군." 그란스 장군이 초조하게 등불을 끄며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없잖아. 막다른 길이야."

그란스는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시커먼 돌로 만들어진 입구 안으로 더욱더 시커먼 암흑이 펼쳐졌다. 입구는 활짝 열려 있었고, 주위로 각진 오치넌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며, 발치의 판석 위에 뼛조각이 나뒹굴었지만, 그는 보지 못했다.

나는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그란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아무리 사촌이라도 나랑 장난칠 생각 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냐고. 여긴 의회에서 출입을 금지한 곳이야. 군단 순찰병들이 사방에 깔렸어!"

사실이었다. 반역자 스웨인은 녹서스를 장악한 후 불멸의 요새 출입을 통제했다. 명목상으로는 트리파릭스 체제를 반대했던 귀족 가문들의 보복을 막는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브라닌 그란스 같은 자들이 적대감을 드러내도록 부추기는 것이었다.

"그래도 형의 충성심을 의심하진 않을 거야." 나는 그란스를 안심시켰다. "누가 뭐래도 형은 애도의 성문에서 활약한 영웅이잖아. 대장군이 직접 공을 치하할 텐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어? 들켜도 도망칠 필요 없어."

그란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트리파르 군단에게서 도망칠 순 없어..."

그 얄팍한 선전 구호는 지겹도록 들었다. 1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스웨인은 자신과 녹서스의 실력자, 그리고 트리파르 군단을 신비로운 존재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 죽어도 인정하긴 싫지만, 훌륭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난 그란스가 떠들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었으니까.

그란스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애도의 성문에서 승리한 건 우리가 아니라 군단 덕분이야. 스웨인이 개선식에 오지 않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 그 망할 자식은 우리 도움 따윈 필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성대한 개선식을 열었지. 녹서스 국민 앞에서 우릴 모욕한 거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란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서 우리가 복수하려는 거잖아. 형이 진정한 녹서스인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야. 다른 사람들에게 형 얘기를 했더니, 직접 만나고 싶어 하더군. '그분'도 형을 보고 싶어 해."

"일단 들어가야 누굴 만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그란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덧붙였다. "검은 장—"

나는 깜짝 놀라며 그란스의 말을 잘랐다. "그 이름을 입 밖에 내선 안 돼. 안 그러면... 아까 형 말대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처럼 보일 테니까."

나는 그란스 옆을 지나 커다란 관문을 통과해 걸어갔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란스는 하마터면 등불을 떨어트릴 뻔했다. 그제야 그에게도 입구가 보이는 듯했다. 그란스는 미행이 없는지 확인하고는 휘청거리며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가늘게 뜬 눈으로 어두운 통로 안쪽을 바라봤다.

"사실이야?" 그란스가 속삭였다. "그 여자에 관한 소문 말이야."

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대답했다. "직접 확인해 봐."
  


  
녹서스인 대부분은 불멸의 요새가 기념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옛 부족들이 떠올리는 요새와도 거리가 멀었다.

사방을 둘러싼 돌은 힘이 넘친 나머지 '진동'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란스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나는 수 세기 동안 수도 없이 봐 왔던 광경이었지만 그란스는 팔다리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뒤통수가 간질거려서 막연한 불안을 느낄 뿐이었다. 힘의 원천에 이렇게 가까이 올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였다. 그때 어둠 속에서 망토를 쓴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란스는 단검으로 손을 뻗었다. 지금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할 만했다.

'나'는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두 사람을 지나쳐갔다. 내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관없었다. 곧 끝날 테니까.

그란스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다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자신이 사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해드리온, 이들은 누구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자 그란스가 물었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네가 말한 다른 가문 출신의 동맹이 맞아?"

나는 실망감에 한숨을 쉬었다. 가장 뛰어난 군인마저도 눈앞에 있는 걸 제대로 보지 못하다니. "우리 가문이 처한 상황을 동정하는 사람들이야." 난 그란스가 자신을 향한 경멸을 느끼지 못하도록 짐짓 꾸며낸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의 목표는 같아. 반역자를 몰아내고 왕위를 되찾는 거지. 이 사람들의 이름이나 얼굴은 모르는 편이 좋을 거야."

그란스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함께 싸우려면—"

마지막 모퉁이를 돌자 그란스는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위대한 영혼의 샘 가장자리에 섰다. 샘은 녹서스의 기반을 뚫고 끝도 없이 내려갔다. 불멸의 요새 자체보다 훨씬 깊었다. 깊은 곳에서 차가운 푸른색과 불안정한 초록색의 독기가 소용돌이치며, 샘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다리 밑을 비추고 있었다.

그 사이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형체가 매달려 있었다. 녹서스인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존재였다. 생기가 없는 갑옷은 역사책에 묘사된 것과 동일했으며, 옛도시 곳곳에 훼손된 채 흩어진 천 개의 조각상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란스는 뒤로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두 눈은 눈물로 반짝였다. 나는 몸을 기울여 그란스의 귀에 속삭였다.

"이제 알겠어? 위대한 녹서스 제국의 숨겨진 진실을 말이야. 어떤 대장군이나 황제, 폭군도 불멸의 요새를 다스리는 여왕의 허락 없이 왕위에 오를 수 없어. 초대 국왕부터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그래 왔지. 여왕을 섬기려는 자들은 많지만, 자격을 갖춘 자는 많지 않아."

나는 떨리는 그란스의 손에서 등불을 부드럽게 빼낸 후, 그를 얼어붙게 한 광경에서 멀어져 통로 양쪽으로 늘어선 벽감 쪽으로 이끌었다. 벽감은 전부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스웨인은 반드시 몰락해야 해. 우리 검은 장미단은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그 목표를 이룰 거야."

내가 장막을 걷기도 전에, 그란스는 안에 뭐가 있는지 어느 정도 예상한 듯했다.

그것은 그란스의 사촌 동생, 해드리온의 건조된 시체였다. 해드리온의 얼굴은 죽음의 미소를 띤 채 굳어 있었다. 평온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브라닌 그란스, 너희 가문은 반란 중에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보람 다크윌을 섬기던 네 아비와 그 형제들은 변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산을 모조리 몰수당했지. 해드리온은 복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다. 너도 그의 뜻을 받들고 우리와 함께할 텐가?"

그란스는 무릎을 꿇고 번득이는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바로 당신이... 백색 부인이군요..."

'또 다른' 백색 부인이 내 옆에 나타났지만, 그란스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난 어디에나 있고, 누구든 될 수 있다. 앞으로 네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볼지는 내가 결정한다."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는 건 제리코 스웨인만의 능력이 아니었다.

곧이어 세 번째, 네 번째 백색 부인이 그란스 뒤에서 걸어 나왔지만, 그는 계속해서 나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란스는 마침내 깨달았다. 해드리온 옆의 빈 벽감에 누가 들어가야 할지 알려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진심을 다해 섬기겠습니다.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바치겠습니다, 백색 부인이시여. 반역자 스웨인이 죽는 그 날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 순진한 녀석은 자신이 스웨인의 숨통을 끊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착각'은 자유다. 대장군의 방어 태세만 확인할 수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검은 장미단의 문장을 그란스의 머리 위에 띄웠다. 내가 그의 주인이라는 의미였다. 누구든 이 문장을 보면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을 터였다. "그럼 일어서라, 녹시이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여. 네 맹세를 받아들이겠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며, 네 이름은 제국의 구원자로서 연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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