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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

[LOL 단편소설] 모데카이저 - 최후의 지배

by Captain Jack 2019. 8. 7.

 

[LOL 단편소설]

 

 

모데카이저

 


최후의 지배


 

치켜든 주먹. 차오르는 강령술의 힘.

마지막 탑의 마지막 첨탑이 모데카이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 같은 연기가 뒤엉켜 검은 강철을 이루었다.

그는 사악한 자긍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영토를 바라보았다.

'미트나 라크넌'. 그의 내세가 완성된 것이다.

그가 인간의 영혼이었을 적 망각의 공허함을 마주했던 이곳에는 이제 그의 힘으로 세운 왕국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만족한 얼굴로 성채를 향해 걸어갔다.

발밑의 돌 하나조차 자신이 만든 것이다.

흉벽과 성루 역시 잔혹한 마법과 강철의 의지로 태어났다.

모데카이저는 무로부터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했다.

모든 영혼이 소멸하지 않고 영원히 거주할 왕국을.



산-우잘은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머릿속이 새하얘 혼란스러웠다.

나는 죽었구나.

바람과 함께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것이 현실로 와닿자, 잠깐의 슬픔이 가슴을 채웠다.

잠시 후 뱃속에서부터 웃음이 차올라 전신을 흔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요란한 폭포처럼 가슴에서 쏟아져 나왔다.

좋다.

산-우잘은 그 유명한 뼈의 전당으로 가는 대관문을 찾아 사방을 살폈다.

그를 영원으로 인도해 줄 안내자들이 있을 터였다.

먼저 도착한 위대한 정복자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야엔 안개만이 자욱했다.

산-우잘은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놀라 아래를 바라보았다.

발밑은 거친 모래로 가득했다.

멀리서 웅얼대는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작아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는 진실을 찾아 황무지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혼란은 마침내 불신이 되었다. 불신은 분노를 지폈다. 분노는 차올라 격노가 되었다.

완전한 무.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마른 모래가 끝없이 펼쳐졌다. 끈질긴 속삭임이 쉬지 않고 들려와 정신을 좀먹었다.

안개는 사라질 기미도 없이 모든 것을 뒤덮는 장막처럼 영원히 떠돌고 있었다.

사제들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니면 헛된 미신을 전파하는 얼간이, 가짜 예언가들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선조들께서 심히 잘못된 심판을 내려 그를 대전당에 들이지 않은 것일까?

이런 질문들이 그를 괴롭힌 것도 한때였다.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산-우잘은 현재, 부정할 수 없는 진실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보상도, 약속도 없는 드넓은 공허만이 존재했다.

진실이 산-우잘을 잠식하자 절망의 그림자가 그를 노리고 덮쳐 왔다.

하지만 그는 산-우잘, 황무지의 정복자이자 부족의 지배자였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제국을 세웠다.

살아생전의 그는 의지력과 야망으로 모든 역경을 딛고 절망을 정복했다.

죽음이라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내게 약속된 왕국을 건네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창조할 것이다.



모데카이저는 생전 힘의 근거지였던 불멸의 요새를 본떠 만든 창살문 아래를 지나 걸었다.

입구를 통과한 그는 대전당으로 들어섰다.

그의 앞에 왕좌가 나타났다.

사방에서 끝없는 영혼의 통곡이 뒤섞여 불협화음을 이루자 끔찍한 고통의 노래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모데카이저는 듣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시 막사에서 칼이 부딪치는 소리나 고된 행군 중 자갈을 밟는 소리처럼 평범하고 무가치한 소음으로 들릴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치 있는' 영혼들은 전당을 따라 정자세로 선 채 감히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데카이저는 왕좌를 향해 나아갔다.



신비로운 마법서는 고요하고 온전한 상태로 탁자 위에 떠 있었다.

주변을 뒤덮은 핏자국과 대비되어 기이한 모습이었다.

살아남은 마지막 마법사가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눈썹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작은 불길이 솟아났다.

마지막 힘을 필사적으로 끌어모은 주문이었다.

“그런 마법은 널 집어삼킬 뿐이다, 필멸자여. 네가 아끼는 책도 함께 말이지.”

모데카이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마법사는 내뱉듯 말했다.

“네놈이 마법서를 손에 넣는 걸 막을 수만 있다면 나는 어찌 되든 상관없어.”

마법사의 손에서 푸른 불길이 일어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강철의 망령을 휘감았다. 주문의 반동으로 불타는 힘이 마법사의 팔을 타고 올라 피부를 태웠다. 그런데도 마법사는 이가 부서질 듯 굳게 악물고 버텼다.

모데카이저는 앞으로 나아가 불길로부터 마법서를 보호했다. 검은 강철 갑옷에 싸인 망령의 손에는 악명 높은 철퇴, 몰락의 밤이 깜박이는 초록빛을 내고 있었다. 화염의 열기에 돌이 깨지고 다른 마법사들의 시체가 녹아내렸다. 그러나 모데카이저는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굳게 서 있었다.

마침내 힘이 다한 마법사는 무릎을 꿇었다. 그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자신의 힘이 충분했기를 빌었다.

모데카이저에게 육신이 남아 있었다면 그는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신념이 부족하군.”

모데카이저가 다가오자 마법사는 눈물을 삼켰다. 그는 망령을 올려다보며 힘겹게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네가 찾고 있는 건 영원히 얻지 못할 것이다! 흉포한 괴물 따위가 영혼의 마법서를 이해할 수—”

철퇴가 날아가 만족스러운 굉음을 내었다.

그러자 또 한 번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졌다. 열세 번째 마법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모데카이저는 웃었다.

“흉포함과 무지함을 헷갈린 것 같군.”

그는 시체로 가득한 방 안을 둘러 본 후 들리지 않는 망자의 언어로 시를 속삭였다.


가련하게 몸부림치는 영혼이
육신으로부터 해방되었구나
너희는 모두 내 것이다

 


모데카이저가 몰락의 밤을 땅에 두드리자 빛이 더욱 밝아져 마치 숨을 쉬는 듯 보였다.

열세 개의 빛이 시체에서 떠올라 땅속으로 가라앉았다.

모데카이저는 마법서로 주의를 돌렸다. 마법서는 영혼 마법으로 가득 차 제자리에 떠 있었다.

그의 계획을 위한 지식의 조각, 정복할 보물이었다.

그는 전리품을 향해 나아갔다.



왕좌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수직으로 뻗은 등받이의 강철 기둥은 끝으로 갈수록 좁아져 예리한 모서리를 이루었다. 왕좌가 놓인 연단 둘레에는 날카롭게 각진 오치넌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언제나 들려 오던 속삭임은 이곳에서 처절한 절규가 되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모데카이저는 자신의 작품에 경탄하며 자랑스레 팔걸이에 손을 올렸다. 이 왕좌는 성채의 어떤 것보다도 많은 영혼을 흡수해 만들어졌다. 왕좌에서 나오는 통곡이 아름다운 음악과 같이 느껴졌다.

문득, 모데카이저는 몰락의 밤을 소환해 들었다. 그리곤 크게 휘둘러 왕좌를 소멸시켰다.

백 개의 영혼이 왕좌에서 풀려나 폭풍처럼 대전당을 울리더니 사라졌다.

모데카이저는 음산한 만족감을 느끼며 영혼이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왕좌란 육신과 피로에 시달리는 필멸자를 위한 것이다. 그는... 이제 훨씬 고차원적인 존재였다.

그는 일그러진 강철 위에 서 대전당을 돌아보았다. 휘하의 장군들이 정자세로 서 있었다. 그가 물질 세계에 존재했던 시절 그의 손으로 직접 처치할 가치가 있던 자들이다.

누구도 꼼짝하지 않았다. 그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의 왕국이 진정으로 준비되었다.

모데카이저는 대전당을 빠져나가 힘과 계략의 중심인 성채 심장부로 향했다. 그곳에는 미트나 라크넌을 필멸자의 세계와 연결하는 유물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숨겨진 불멸의 요새 심장부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첫 번째 생에서 모데카이저는 자신을 신화 속 영원의 전당에 걸맞은 위대한 정복자라 생각했다. 얼마나 작고, 하찮고 '필멸자다운' 바람인가! 그러나 남들이 죽음을 끝으로 받아들일 때, 그는 죽음을 진정한 정복의 시작으로 이용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의 영토에서 들려 오는 모든 속삭임을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의 마법 그 자체가 그의 몸을 타고 흘렀다. 두 번째 생을 바쳐 세상 곳곳의 숨겨진 미지의 땅에서 모은 신비로운 비밀을 손에 넣었다. 그가 휘두르는 영혼, 죽음, 필멸자의 마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모데카이저는 그 힘을 이용해 모든 세계를 강철의 의지로 지배할 것이다.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갈 때가 왔다. 룬테라의 모든 영혼이 기다리고 있다.

모데카이저가 몰락의 밤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최후의 지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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