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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佳詞

[佳詞] (25)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저녁 外

by Captain Jack 2018. 12. 3.

  

[佳詞] (25)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저녁


요즘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려 식욕마저 잃었습니다.

아내는 내가 이런 줄은 아는지 모르는지 평상시처럼 대해주기에

조금은 섭섭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친구 약속 때문에 나가려는데, 미소를 지으며 아내가 말했습니다.

"현금이 없으니 만 원만 주고 가세요. 

그리고 방울토마토가 먹고 싶으니 들어오실 때 

방울토마토 좀 사다 줘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투정도 애교도 부릴 줄 모르던

아내가 내민 거칠어진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여주고

집을 나서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애써 잊어보려 했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아내가 

만원을 달라며 내민 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방울토마토 한 상자를 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개 냄새가 코끝에 스밉니다.

웃고는 있지만, 평소와 달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고깃국보다 당신이 좋아하는 생태찌개가 좋을 것 같아서.."


순간 나도 모르게 벽에 걸려있는 달력에 눈이 갔습니다.

50주년이란 까만 글씨가 오늘 날짜에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아내는 만원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개를 끓이려고..


다행히 방울토마토를 준비한 나는 

단출하지만, 아내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금혼일 저녁을 보냈습니다.

 


 

살다 보면 슬플 때도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마주 보며 이야기할 때도 있고,

함께 웃으며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합니다.

우리는 그 행복했던 기억들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행복한 기억을 만듭니다.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갑니다.




▶ 누릉지 할머니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집이 학교에서 멀었던 남학생은 학교 인근에서 자취했습니다.

자취하다 보니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아서

학교 앞에 있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끔은 밥은 사 먹기도 했습니다.


식당에 가면 항상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학생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누룽지도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남학생은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 밥 한 공기를 시켜놓고,

항상 누룽지 두 그릇 이상을 거뜬히 비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연세가 많아서인지, 

거스름돈을 더 많이 주셨습니다. 


남학생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한 번 두 번을 미루고,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남학생은 당연한 것처럼 주머니에 잔돈을 받아 넣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식당의 문은 잠겨져 있었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할머니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조회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눈 감아라. 학교 앞 할머니 식당에서 식사하고,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들어라."


순간 남학생은 뜨끔했습니다.

그와 친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습니다.

"많기도 많다. 반이 훨씬 넘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얼마 전에 건강상의 문제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본인이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잠시 목소리가 떨리시던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분한테 들은 얘긴데,

거스름돈은 자취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주셨다더라.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그날 끓일 누룽지를 위해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구나." 


남학생은 그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할머니 식당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굳게 닫힌 식당 앞에서 죄송하다며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말없이 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어쩌면 할머니가 배고픈 학생들에게 내민 건 

'누룽지' 한 그릇이 아니라 '희망'을 

나누고자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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