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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

[LOL 단편소설] 베이가 - 볼럼 탑의 괴물에 돤한 섬뜩한 실화

by Captain Jack 2019. 1. 5.

  

[LOL 단편소설]


베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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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럼 탑의 괴물에 관한 섬뜩한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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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젠트 산맥에 뇌운이 드리우며 천둥번개가 칠 듯 고요했다.


탑 위에서 바라본 진군하는 무리는 이쑤시개 같은 창과 작디작은 횃불을 든 오합지졸의 장난감 병정들처럼 보였다. 무리의 선두에 선 자는 키가 크고 밝은 회색의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집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튜닉 위에 칼을 찬 여자였다.


베이가는 자신의 악행에 분노하여 정의를 요구하며 외벽 문을 두들기는 무리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베이가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내벽 문으로 향했다.


큰 소리와 함께 외벽 문이 열리자 마을 사람들이 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무리의 수장이 칼을 뽑아 들고 초라한 행색의 사람들을 지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무리가 대열을 갖추고 창을 제대로 쥐어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베이가는 실눈을 뜨고 문틈 사이를 바라보면서 기대감에 부푼 채 킥킥 웃어댔다.


수장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베이가는 건틀릿으로 입을 막았지만, 이미 들통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허둥지둥 수장 뒤로 몸을 숨겼다. 진풍경이었다. 베이가는 한 발짝 물러서더니 큰 웃음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지팡이로 보랏빛 에너지 구체를 쏴 문을 박살 냈다.


먼지가 가라앉자 그가 돌계단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보일 것임을 알았다. 그의 모자는 거대한 문틀에 닿을락 말락 할 만큼 컸고 철로 만든 장화는 걸음을 크게 내디딜 때마다 불꽃을 튀겼으며 건틀릿은 그에게 대항하는 자를 뭉개버릴 정도로 거대했다.


안타깝게도 마을 사람들은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느라 이 모습을 보지 못했고, 오랫동안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려니 무언가 억지스러웠다. 김이 샌 베이가는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이 악당 놈!" 마침내 수장이 소리치며 그에게 칼을 휘둘렀다.


모자 밑에 가려진 베이가의 입은 웃고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최대한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쁘게도 무리 뒤에 있던 어떤 이는 기절하기까지 했다.


베이가는 사악한 마법의 힘을 집중해 칠흑 같은 비구름을 소환하더니 보랏빛 불꽃으로 창날과 벨트 버클을 부숴버렸다. 시커먼 뱀 같은 형체가 튀어나와 마을 사람들을 에워싼 후 위로 폭발하여 가둬버리자 수장은 뒷걸음질 쳤다.


"조용히 해!" 베이가가 명령조로 소리쳤다.


그는 함정 안에 갇힌 무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즐겁게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마을 사람들 주위에는 발톱같이 생긴 기둥이 솟아 있었고 윙윙대는 보라색 빛줄기가 빙 두르고 있어 섬뜩한 원형 유적을 방불케 했다. 그는 이 신비로운 장벽을 사이에 두고 갇힌 사람들을 노려보며 거의 칼이 닿을 만큼 가까이 수장에게 다가갔다.


"속으론 두려움에 떨고 있군!" 베이가가 조롱 투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대드는 거야? 우주의 마법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이 베이가 님에게? 악의 지배자 베이가 님은 수많은 불가사의의 적을 무찌른—"


"네놈의 저주 때문에 두 계절 동안 밭에 쥐바구미가 들끓었다!" 어딘가 좀 굼떠 보이는 농부가 화가 나서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베이가는 눈을 깜빡이며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저주? 무슨 저주?"


"그리고 네 놈이 추수 전에 돌리를 절름발이로 만들어 버렸어!" 한 농부가 화난 목소리로 어리둥절해 하는 위대한 악의 지배자 베이가 님의 면전에 주제넘게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마치 봇물이 터진 것처럼 마을 사람들이 각자의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중 베이가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가장 목소리가 큰 자들이 말한 내용의 일부분이었는데, 주로 상한 우유나 덜 자란 사탕무 따위에 관한 것이었다. 그가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을 피해 물러나자 보라색 장벽이 깜빡거리더니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베이가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고함을 질렀다.


물러나던 베이가는 등 뒤에 있는 돌계단에 부딪혔다. 포위당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나... 난..." 그는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싣지 못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을 사람들은 베이가를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노려보며 더 가까이 다가가 그를 에워쌌다.


그 순간, 소란 틈 속에서 명령조의 점잖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물러서세요."


"하지만 마고 님..." 누군가 반대해보려 했지만 곧 수장의 눈빛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물러나고 베이가와 수장이 일대일로 대면했다. 그녀는 베이가보다 두 배 이상 키가 커 보였고, 의기양양했다.


베이가는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아, 악당. 우리의 불만을 들었겠지. 그래도 결백을 주장할 테냐?"


베이가는 뺨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가슴을 부풀려서 조금이라도 키가 커 보이려고 했다. "결백? 결백!?" 베이가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가 다시 무리보다 더 높은 곳에 섰다. "뻔뻔하게도 그런 터무니없는 불평불만을 가져와 따지면서 나를 잘도 모욕하는군!"


그는 무리가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그래, 내가 한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악행을 저질렀다고? 그래, 난 악마다! 내가 이 신비로운 탑을 약해빠진 전 주인으로부터 빼앗은 뒤부터 네놈들의 밭을 불태워왔다. 너희 수장 녀석들을 겁주고 혼쭐을 내서 다시는 이곳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받아냈지!" 베이가는 마지막 두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난 주변에 있는 사악한 마법사들도 혼내주고 있지. 아무도 '궁극의 마법'을 향한 내 길을 막지 못하도록 말이야!"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에서 치직 소리가 나더니 구름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번개가 뻗어 나와 뜰 주변에 떨어져 폭발했다. 베이가가 고개를 들고 깔깔 웃으며 자신이 가진 순수한 악의 힘을 한껏 즐겼다. 이 연약한 존재들은 그의 위대함 앞에서 용서를 구하리라!


베이가가 한숨을 돌리려고 잠시 멈추자 무리가 모여서 그를 힐끗힐끗 보며 무언가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 여자가 나서서 말했다. "그럼, 공포의 비시스도 쓰러뜨렸나요? 수장 비시스요."


"당연하지! 내게 걸맞은 예를 갖추지 않더군. 그래서 내가..."


무리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소곤거리기 시작하자 베이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엿들으려고 불편하게 자세를 바꾸었다. 사람들은 한 사람씩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베이가를 쳐다보았다.


베이가는 태연한 표정으로 반짝이는 자신의 건틀릿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수장 마고가 계단 맨 밑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어정쩡하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오, 전지전능하신... 어... 마술사여."


"마법사다!" 베이가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전능하신 마법사여. 저희는 별 볼 일 없는 볼럼의 주민들입니다."


"볼럼 마을이요!" 누군가 도움을 주려는 듯 소리쳤다.


마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 볼럼 마을... 그렇습니다. 아무튼 저희가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위대한 베이다 님께서 부디—"


"베이가. 베.이.가!"


"죄송합니다, 베이가 님! 부디 저희의 목숨을 살려주시고, 음... 어... 하시던 일을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베이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무슨 뜻이지?"


"그러니까... 저희는 마을로 돌아갈 테니 베이가 님께서는 계속... 거시기, 악명을 떨치시길 바랍니다. 못된 짓을 계속하시라는 얘기입니다."


말장난이 분명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물론 저희는 베이가 님께 걸맞은 예를 갖출 것입니다. 베이가 님이 없는 자리에서는 그 이름을 저주하고 베이가 님께서 벌이는 못된 짓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면서 말이죠. 한데, 글로르프트에 사는 프랭크의 사촌이라는 자가 악랄한 마법사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관심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놈들을 해치우고 마법을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군!" 베이가는 마법사끼리의 전투에서 자신이 멋지게 승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건틀렛을 낀 손을 꽉 쥐었다.


마고는 그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베이가는 깨달았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베이가가 눈알을 굴리더니 지팡이를 흔들었다.


"바보 같은 녀석들! 날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이 악의 지배자 베이가 님을? 빠르고 고통 없는 죽음을 바랐겠지만, 더 이상 네놈들의 목숨에 낭비할 시간도 없다!"


그는 다시 높은 곳에 올라 커진 자신의 키에 맞게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로 웃어댔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녀석들. 내 눈앞에서 썩 사라져! 볼럼으로 돌아가면 다신 눈에 띄지 마라!"


마을 사람들은 내키지 않은 듯이 베이가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무너져 내린 입구로 천천히 걸어갔다. 마고 또한 그에게 빠르게 한번 윙크하고서 몸을 돌렸다.


"잠깐!" 베이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마고의 손이 빠르게 칼자루로 향했다.


베이가가 최대한 무관심한 척하며 다시 한번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프랭크의 사촌이라는 자를 만나 그 마법사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데, 언제 만날 수 있지?"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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