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단편소설]
이즈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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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상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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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분명히 하자면, 난 자눅이 말한 '공포의 군주'인지 뭔지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눅이 구해 달라고 부탁하길래 우스꽝스러운 유리병을 그에게 팔려고 했을 뿐이다. 그저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나라면 끝까지 당신 생각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내 생각대로' 말이다. 그거나 이거나지만.
자눅은 붉은 수염을 기른 프렐요드의 이주자로, 주머니가 빵빵하고 욕심이 많았다. 자눅의 고용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사택은 유물과 미술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 절반은 무덤을 도굴했거나 다른 박물관에서 빼돌린 것이었다. 자눅은 자신이 모은 수집품을 끼고 식사하는 것을 좋아했다. 몇몇 수집품이 증명하듯 우리는 과거에 여러 번 함께 일했는데, 문제는 자눅이 날 두 번이나 배신했다는 거다. 뭐 '에셜론 여명'의 잔해를 인양한 후에 자눅이 내 정체를 폭로한 것까지 포함하면 두 번 하고도 반이지만…
그래도 돈 문제가 발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칭찬할 만하다. 그에 대한 원한이 꽤나 누그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즈리얼." 자눅이 접시를 옆으로 밀며 말했다. 그의 이에는 군데군데 양고기가 끼어 있었다. "물건은 찾았나?"
그가 말하는 '물건'은 울로아의 영약이었다. 물론 나는 파레사 인근 밀림에 있는, 함정이 잔뜩 깔린 고대 사원에서 그 영약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가방에서 뼈와 수정으로 만든 병을 꺼냈다. 손바닥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여기, 의뢰한 물건." 난 유리병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흥미로운 병이야. 고대 슈리마 이전의 물건이 아닌가 싶어."
병 안에 든 한 숟갈 정도의 진득한 액체가 달빛에 비쳐 희미하게 빛났다. 자눅의 눈이 커졌다.
나는 엄살을 부리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야, 이건 그냥 평범한 고대의 정수가 아니야. 무려 '사원에 묻힐 뻔한' 고대의 정수지. 무너져 내리는 사원을 겨우 탈출했다니까."
"울로아의 영약…"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경외에 찬 목소리였다. "단 한 방울로도 영혼의 갈증을 천 년 동안 해소할 수 있지… 페트리사이트만큼 강한 피부도 얻을 수 있어…"
자눅은 탐욕스러운 손을 뻗어 병을 잡으려 했다. 나는 병을 뒤로 물렸다.
"성격 급하시긴."
"알았어, 알았어." 자눅이 손으로 더듬더듬 책상 서랍의 열쇠를 찾으며 중얼거렸다. "보수. 6만에 합의를 봤었지."
"조합의 정식 인가도 받아 주기로 한 거 기억나지?"
나는 지금껏 많은 곳에서 거절당했다. 술집, 학교, 심지어 소나의 연주회까지… 하지만 내가 현장에서 목숨을 얼마나 내걸었는지 생각하면 필트오버 탐험가 조합에서 거절당한 게 가장 쓰라린 경험이었다. 배은망덕한 놈들.
자눅은 얼굴을 찌푸렸다. "조합은 특히 널 좋아하지 않아, 이즈리얼. 너와 일해 보니 딱히 그들을 탓할 수도 없겠더군." 그는 술병에서 호박색 술을 따른 후 벌컥거렸다. "네놈이 녹서스의 포로수용소에서 날 썩게 내버려 뒀지…"
"감옥 일은 복수였어. 에셜론 여명 사건 때의 복수."
"에셜론 여명 일은 지도 사건에 대한 복수였지."
"지도 일은... 그... 일에 대한 복수였어." 나는 이를 갈았다. "아마 그랬을 거야."
점점 불안해진 나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지 말고, 인가를 받아 주는 것도 거래 조건의 반이었잖아." 나는 자눅에게 상기시켰다.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면 다른 구매자를 찾아보겠어."
자눅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긴장을 깨뜨렸다. "내가 뭐 때문에 너와 계속 일한다고 생각하나? 네가 마음에 들어서야. 우리는 함께한 역사가 있지 않은가. 역사는 거래에 항상 도움이 되기 마련이지." 자눅은 술잔을 비웠다. "서재에서 인가장을 가져올 테니 잠깐 기다리게."
보수를 서재에 두는 구매자라고? 사기꾼들의 뻔한 수법이다. 아마 자눅은 내 멋진 얼굴에 화승총 한 자루를 겨눈 채 돌아올 것이다.
나는 자눅이 돌아올 동안 그가 수집한 유물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내가 그의 의뢰를 받아 입수한 것들도 보였다. 그러던 중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띄었다. 고양이만 한 크기의 석종이었다. 아랫부분에는 낯선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오치넌." 자눅이 외쳤다. "저승에서 쓰는 망자들의 언어라네. 인간들의 언어가 아니지."
나는 등골이 서늘해져 몸을 홱 돌렸다.
다행히 자눅의 손에 화승총 한 자루가 들려 있지 않았다. 화승총 두 자루가 들려 있었다.
"이즈리얼, 안됐지만 탐험가 조합이 다시 한번 네 요청을 거절했다." 자눅이 가까이 다가와 밝은 곳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포의 군주는 부활할 것이다. 그 영약으로 말이지."
공포의 군주 같은 소리 하네. 그나저나 이번에는 될 줄 알았는데...
장갑을 장전했다. 분노는 놀랍고도 신비한 동력이다. 항상 말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자눅을 향해 팔을 들어 올리자 그가 총을 발사했다. 마법과 산탄의 대결이었다.
역시! 마법의 승리다. 마법은 언제나 승리한다.
칙칙한 금속 탄환이 에너지파에 닿자 뜨겁게 타오르더니 은빛 증기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배신자를 상대할 때는 두 배로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나는 장갑을 재빨리 다시 장전했다.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펑 하고 터지자 나는 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짧은 거리를 순간이동하는 건 별로 힘들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자눅이 돌아서기 전에 장갑을 낀 손을 그의 크고 멍청한 머리에 댔다.
"총을 버려, 자눅."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
아, 느낌이 좋지 않은 말이었다. 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자눅의 발치에 총이 있었다.
자눅이 강하다고 얘기했었나? 자눅은 엄청나게 강하다. 한 손으로 장갑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 몸을 잡은 자눅은 날 어깨 위로 넘겨 사무용 책상 위에 내리꽂았다. 망할 석종이 척추를 세게 찔렀다. 시야가 하얘지며 흩날리는 파편들이 보였다. 수없이 많은 작은 파편들이.
자눅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 몸을 걷어찼다. 내가 떨리는 손으로 쥐고 있던 울로아의 영약을 억지로 뺏은 그는 마개를 뽑고 액체를 들이켰다.
"네 엉터리 같은 장갑도 불멸의 존재 앞에선 무력할 것이다! 이 영약은—"
"가짜야." 난 쉰 목소리로 말했다. "때깔은 거의 똑같지만." 그리고 훨씬 더 평범해 보이는 유리병 하나를 들어 보였다. "이게 진짜 울로아의 영약이지. 넌 방금 싸구려 장식용 병에 들어 있던 모래 말벌의 독을 마신 거야."
자눅이 빈 유리병을 들여다봤다. 그의 얼굴이 마치 상한 우유를 맛본 것처럼 일그러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라리 상한 우유가 자눅의 장 건강에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나는 움찔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눅은 날 불필요할 정도로 세게 차긴 했지만, 적어도 얼굴은 건드리지 않았다.
"며칠 동안은 화장실에 붙어 있는 게 좋을 거야."
자눅이 화려한 유리병을 내던지고 허리를 숙이더니 신음하기 시작했다. 모래 말벌 독의 효과가 세고 빠르기는 하지. "이… 건방진 놈… 가만두지… 않겠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장갑을 들어 올려 벽에 마법 에너지를 날렸다. 석조로 된 벽이 갈라지더니 녹아내리다가 바깥쪽으로 폭발했다. 사방에 종이가 흩날렸다. 난 석종을 집어 든 후 부서진 벽 옆에 쭈그려 앉았다.
"언제든지 환영이야. 그리고, 그… 건물 개조 비용은 받지 않을게."
밖으로 뛰어내린 나는 벽을 잽싸게 타고 내려가 근처 옥상으로 건너갔다. 가능한 한 빨리 자눅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다. 물론 모래 말벌의 독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아침까지 저곳은 꽤 시끄러울 거다.
나는 달리면서 석종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오치넌 종은 어떤 어두운 기운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했다. 탐험가 조합에 이런 걸 잔뜩 안겨 주면 곧바로 정식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거다. 내 업적을 기리며 파티도 열어 주지 않을까? 어쨌든 난 방금 혼자서 공포의 군주인지 뭔지가 부활하는 걸 막았으니까.
어쨌든, 중요한 건 바로 그 사실이다.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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