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단편소설]
이즈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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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탐험가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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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성물의 지하실' 탐험 수기
기록자 : 이즈리얼
필트오버의 가장 위대한 '공인' 탐험가
(필트오버 탐험가 조합의 공식 조합원 자격은 아직 보류 중)
▶ 1일 차, 준비 ◀
탐험 점검표:
✓ 슈리마의 힘이 깃든 장갑
✓ 강화 가죽 재킷 (새필라이트 로우 거리에 있는 '잘리의 탐험 용품 & 잡화점'에서 맞춤 제작)
✓ 방수 처리한 캔버스 부츠 (이것도 잘리네 상점 제품)
✓ 동굴 탐사 장비
✓ 밧줄 1개 (길이가 짧으려나?)
✓ 손 곡괭이? (뭐라고 부르더라?)
✓ 배관 청소부 복장 (일회용)
✓ 라이트페더사의 멋쟁이 탐험가용 포마드 한 통 (하나 더 가져갈까?)
잘리에게 전부 삼촌한테 청구하라고 했다. 삼촌은 돈이 많으니까.
그럼 탐험 준비 끝!
▶ 3일 차, 계획 ◀
맞다, 내가 뭘 탐험할지 적어 놔야겠다. 후대를 위해서 말이지.
삼촌은 자운이 한때 '오쉬라 바자운'이라고 불렸던 슈리마의 항구 도시였고, 몇 세기가 지나며 그 이름이 짧아진 것이라는 학설을 내세웠다. 하지만 증거가 많지 않아 아무도 삼촌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난 착한 조카가 되어 증거를 찾고 모든 공을 차지하기로 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산업 발굴 작업 때문에 지하동굴 어딘가 깊은 곳에 균열이 생겼다고 한다.
계획은 간단하다.
내일 그 위치를 찾아 균열 속으로 내려간다.
증거를 찾는다. (위 참고) 저주받은 항아리나 잃어버린 마법서 같은 것.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멋진 것 말이다.
동굴을 빠져나가 지면으로 올라온다.
저녁을 먹으며 흐뭇하게 삼촌을 바라본다.
수익을 챙긴다?
이 일지는 탐험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쓰고 있다. 이번 탐험의 기록은 결국 박물관에서 내 대리석 조각상 옆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해야 할 일: 조각가 추천받기)
▶ 4일 차, 이른 아침 ◀
음, 상당히 거대한 균열이다. 등불을 가져오는 걸 깜빡했는데 장갑의 빛이 꽤 밝아서 다행이다. 균열 속을 내려다봤을 때는 말 그대로 숨이 턱 막힐 뻔했다. 먼지가 쌓인 층계와 낡은 통로들이 하나의 미로처럼 얽혀 있다. 미궁 그 자체다. 이제 내려가려 한다. 아래쪽에서 다시 기록하겠다.
아마 리메르 삼촌은 배가 많이 아플 거다.
4일 차, 점심 무렵?
의욕이 떨어진다. 포마드도 거의 다 떨어졌다. 간식을 가져왔어야 했다.
사분의 일 정도밖에 내려오지 않았는데 밧줄이 부족하다. 벽에 난 좁은 바위 턱에서 휴식하며 심각한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굶주림을 참고 계속해서 내려갈지, 아니면 모든 걸 버리고 빈손으로 돌아갈지 결정해야 한다.
4일 차, 정오 한참 지남
포마드도 먹을 수 있나?
4일 차, 늦은 오후쯤
좋은 소식이다! 뭔가를 찾아냈다!
내가 쉬고 있던 곳의 몇 바위 턱 아래에 문이 있었다. 낡은 사암 문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수 세기 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 내자 어떤 상형 문자들이 나타났다. 부엉이 같은 것들이 그려져 있었다.
고대 슈리마어 실력이 조금 녹슬긴 했지만, 최대한 해독했다. 아마도 저주에 관한 내용으로 추측된다. 계속해서 불어나는 끔찍한 저주? 아니면 천 가지 저주? 정말 끝내준다! 늘 말하지만 저주받지 않은 건 가치가 없다.
문에서 어떠한 종류의 옛 손잡이도 찾지 못한 나는 최후의 방법으로 장갑을 사용했다. 문을 부수는 바람에 고대인들에게 미안하게 됐지만, 오래된 상형 문자보다는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더 궁금하다.
이 전실은 정말 흥미롭다. 우선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한 데다가—
잠깐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금이 가는 소리? 발소리인가?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장갑으로 문을 부술 때 전실 기둥에 무리가 갔을지도 모른다. 이만 가야겠다. 파묻힌 탐험가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으니까.
4일 차, 저녁 무렵
재미있었다. 무덤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무덤은 항상 무너지니까. 특히 내가 안에 있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문에 새겨진 내용은 사실이었다. 그 전실은 정말로 저주받았던 것이다.
오쉬라 바자운에는 그 유명한 '찬란한 성물의 지하실'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곳의 '성물' 중 하나는 한때 황제 직속의 영혼 소멸자였던 카리칸의 소유물이었다. 그는 성가신 존재들을 생명이 없는 사물에 결속해 자신의 사악한 목적을 위해 사용한 것 같다. 그리고 현재 자운이 있는 바로 이곳에서 죽은 것이다!
게다가 카리칸에게는 그의 유품을 지키는, 느리고 멍청한 불타오르는 바위 병사가 한 부대나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내가 전부 산산조각을 내버렸으니까!
나는 굉장히 잘 보존된 황금 현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현판에는 '불의 날'에 관한 전설과 오쉬라 바자운을 지키겠다는 카리칸의 맹세가 새겨져 있다. 내 작은 가방 안에 숨겨진 역사가 통째로 들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현판은 세계를 바꿀 것이다!
(학계만 바꾸지는 않기를 바란다. 학계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 5일 차? ◀
고대 슈리마의 저주는 정말 한시도 날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바위 병사 (아, 혹시 골렘이었나?) 한 부대만 있던 게 아니라 갑자기 균열에서 물이 쏟아져 들어와 바닥이 잠기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필트강 아래 어딘가쯤에 있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터널을 헤엄쳐 지나왔다. 잠긴 문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 문을 전부 탐험하고 싶다는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지면에 가까워진 것 같다. 다행이다. 아까 지나온 터널에서 징그럽게 생긴 검은 장어들을 봤기 때문이다. 역겨운 생물이다.
다시 이곳을 탐험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판을 천으로 잘 감싸서 지킨다면 이번 탐험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온갖 함정과 양말이 젖는 대참사를 견뎌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슬픈 소식은 마지막 남은 멋쟁이 탐험가용 포마드를 전부 써 버렸다는 것이다.
▶ 6일 차, 문명으로 귀환 ◀
잘리네 상점에 앉아 있다. 이곳은 정말 필트오버 최고의 탐험 용품 상점 중 하나다. 사실 나는 이곳의 훌륭한 환불 정책을 써먹으려고 왔다. 내 재킷은 너덜너덜해졌고 부츠는 전혀 방수가 되지 않았다.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말할까 했지만… 고맙게도 잘리가 먼저 다시 제작해 주겠다고 했다.
내가 머드타운의 타짜 패거리와 크라켄핸드를 하다 돈을 잃고 온 듯한 차림새로 이 일지와 현판을 내보이면 탐험가 조합은 절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말끔히 보여야 한다. 새로운 재킷, 바지, 신발, 양말, 포마드까지.
옷이 날개다. 정말이다.
▶ 9일 차, 피해 수습 ◀
필트오버 상업 지구에서 날뛰고 있는, 불타오르는 괴물들이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사실을 이 공식 기록에 적어 둔다.
난 죄가 없다!
그럼 누구 탓이냐고? 그야 잘리네 점원 탓이다.
자운 깊은 곳의 잊혀진 지하실에서 힘들게 가져온, 어쩌면 마법이 걸려 있을지도 모를 황금 현판을 잘리네 상점의 어리숙한 점원에게 맡기면 절대로 안 된다. 왜냐고? 그는 아무런 의심 없이 현판을 천에서 풀어 햇볕이 내리 쬐는 창턱에 올려놓을 거고…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불가사의한 언어의 목소리들이 들려올 테니까. 그리고 그 귀중한 현판은 빛을 내다가 엄청나게 뜨거운 파편으로 폭발하며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 현판이 주야 평분시의 햇빛을 받으면 카리칸의 무시무시한 그렘린들이 해방되는 것이었다.
난 오늘이 주야 평분시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이건 내 잘못이다. 연감을 사서 공부해야겠다.
(해야 할 일: 연감 사기. 잘리네 상점에서는 말고.)
땅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펜을 놓아야 할 것 같다. 끔찍한 놈들이 하수구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갑으로 그중 몇 놈을 쐈는데, 놈들에게 그게 먹혔는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성공이다!
결국, 그 모든 난리를 겪고 남은 증거는 이 일지와 내 진술밖에 없다.
▶ 12일 차, 법률 자문을 구하는 중 ◀
예심이 다음 주에 잡혀 있다.
명예훼손에 관한 필트오버의 법을 공부해야 한다. 당연히, 날 변호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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