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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

[LOL 단편소설] 애쉬 - 더 어려운 길

by Captain Jack 2019. 2. 15.

    

[LOL 단편소설]

    

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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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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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화로에 불이 붙자 공중으로 불꽃이 치솟았다. 과거, 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롯불은 축제의 시작을 의미했다.


부족들은 평원에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몇 번의 축제를 치르는데, 그중에서도 수확제는 연중 가장 큰 행사였다. 보통은 화로에 불이 붙으면 세 자매의 축복을 기원하는 환호가 얼어붙은 산비탈에 울려 퍼지지만, 지금 아바로사 부족민들은 입을 다문 채 화롯불이 아닌 애쉬가 서 있는 단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애쉬는 모여 있는 부족민들을 훑어보았다. 축제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애쉬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려고 모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애쉬는 활을 풀어 손에 쥐었다. 익숙한 얼음 정수의 한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냉기는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받아들였다. 집중하는 데엔 고통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애쉬는 부족민들에게서 시선을 들어 불타오르는 화염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활시위를 당겼다. 순간 축제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애쉬의 활 속에서 흐르는 신비한 마법에 의해 투명한 얼음 화살이 만들어졌다. 애쉬는 자신의 팔을 통해 흐르는 마법의 힘을 느끼며 숨을 참았다. 단상 주위의 공기가 급속하게 차가워졌고 애쉬의 발밑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냉기가 몸을 잠식하려는 그 순간 애쉬는 숨을 내뱉으며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부족민들 위로 호를 그리며 날아가 목표에 명중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순간 화로가 얼어붙으며, 일렁이던 불길 주위로 얼음이 퍼져 갔다. 수정처럼 변해 버린 화염과 군중들 위로 석양이 깔렸다. 마침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리산드라, 세릴다, 그리고 애쉬로 재림한 아바로사, 세 자매의 가호를 빌었다.


이어지는 애쉬의 연설은 간결했다.


"아바로사인들이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축제는 처음입니다. 우리는 이제 한 가족입니다. 이 설원 위에 온 동족들과 둘러앉아 먹고 마시고 즐기십시오!"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애쉬는 미소를 지었다. 애쉬가 활을 높이 치켜들자 환호 소리는 더욱 커졌다.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애쉬는 마음이 불편했다. 종종 그랬듯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이유가 자신의 지도력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손에 쥔 무기 때문인지 궁금했다. 그 활은 아바로사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프렐요드 사람들 대부분은 이 활을 손에 쥔 애쉬가 바로 아바로사의 화신이라고 믿었다. 애쉬는 활을 다시 어깨에 메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그들이 왜 모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결과였다. 애쉬는 단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곤 잔칫상 주위로 모인 군중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활기가 넘치는 부족들이 한데 모여 함께 술과 음식, 그리고 사냥을 하며 겪은 모험담을 나누었다. 돌괭이 부족은 따뜻하지만 위험한 남쪽 산악 지대에 관해 이야기했다. 붉은 눈 부족이 해안으로 침략해 오는 녹서스 부대를 무찌른 이야기를 할 때는 애쉬도 함께 환호했다. 부족민 모두가 눈보라 속을 걸어 다닐 정도로 강인하다고 전해지는 얼음 핏줄 부족 출신의 한 전사가 애쉬의 등을 치며 인사하자 기묘한 냉기가 그녀의 몸을 스쳐 갔다.


이외에도 많은 부족이 애쉬의 부름을 받고 축제에 참여했다. 모든 부족이 아바로사 동맹에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이들 부족이 애쉬에게 바라는 모습은 각기 달랐다. 예언자나 구원자에서부터 중재자나 전쟁의 어머니까지.


애쉬는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의 기대에 모두 부응하고 싶었다.


연회장 끝에 다다르자 애쉬는 몸이 얼어붙었다. 냉기의 화신 한 무리가 연회장에서 떨어진 탁자에 앉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애쉬는 이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눈 추종자들이었다. 불과 한 달 전에 부족 하나를 말살했던 이들은 복수심에 불타는 광신자들이었다.


아바로사 동맹에 와서는 안 될 자들이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덩치 큰 여성이 일어서더니 애쉬에게 다가왔다. "전쟁의 어머니이자 아바로사의 화신, 그리고 신성한 활의 주인이신 애쉬 님. 저는 눈 추종자 부족의 여족장이자 진실을 전하는 자, 힐두르 스바르헴입니다."


애쉬는 새카맣게 불타버린 오두막과 고통스레 죽어가는 동족의 비명을 떠올렸다. 애쉬의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 힐두르가 얘기를 계속하자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고는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눈 추종자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는 맹세했습니다. 믿음을 저버린 자들이 다시는 아바로사의 재림이라는 거짓된 주장을 하는 자를 따르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당신 부족의 전사들은 용감하게 싸웠지만,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힐두르는 등에 지고 있던 커다란 전쟁 도끼를 손에 쥐었다. 도끼날이 얇은 얼음 정수로 뒤덮여있었다. 도끼에서 불편한 냉기가 느껴졌을 테지만, 힐두르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진정한 냉기의 화신이었다.


애쉬는 힐두르를 가만히 바라봤다. 둘은 고작 몇 발짝을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힐두르의 갑옷에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또 다른 아바로사인들을 죽인 것일까? 애쉬는 움직일 준비를 하며 근육이 긴장됨을 느꼈다. 어떤 공격이 오더라도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힐두르의 다음 행동은 애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힐두르는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전쟁 도끼를 양손으로 애쉬에게 바쳤다.


"전쟁의 어머니 애쉬 님,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때의 저는 무지했습니다. 저는 오늘 당신에게 도전하려고 여기 왔습니다. 추종자들 앞에서 당신의 거짓말을 밝혀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다루는 그 마법은 제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아바로사의 목소리입니다.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당신께 제 도끼 '주트베인'과 제 목을 바칠 테니 부디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주십시오. 이들은 당신을 위해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짓고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눈 추종자들이 여족장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존경의 표시였다.


그 순간 모여 있던 사람들이 복수를 부르짖었다. "침략자에게 죽음을!"


...당시 애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불타버린 폐허와 유골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만 보고도 애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불에 타지 않은 전사들 몇몇은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까마귀 밥 신세가 되어 있었다. 나머지 부족민들은 집 안에 숨은 채로 기도했다. 살려달라고, 살 수 없다면 빨리 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지만 신은 그들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애쉬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애쉬는 도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경고의 의미로 힐두르의 목을 베어버릴 작정이었다. 그 누구라도 아바로사인을 해한 자는—


애쉬가 도끼를 쥐는 순간 얼음 정수의 익숙한 냉기가 팔을 타고 흘렀다. 애쉬는 등에 멘 활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활은 마치 겨울바람처럼 느긋하고 차갑게 흔들렸다.


애쉬는 평온을 되찾았다.


"힐두르, 일어나라." 애쉬는 전쟁 도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힐두르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해하며 일어났다. 애쉬는 그런 힐두르를 바라봤다.


"우리 부족을 죽인 눈 추종자들은 내 적이지만, 너는 오늘 여기서 겸허하게 잘못을 뉘우쳤다. 이제부터 넌 눈 추종자가 아니라 아바로사인이다. 형제여, 우린 이제 가족이니 더는 날 두려워하지 마라."


애쉬가 전쟁 도끼를 힐두르의 손에 다시 쥐여주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긴장이 사라졌다. 축제는 계속되었다. 축제의 희열은 용서와 자비로 인해 더욱 배가되었다. 애쉬는 탁자 주위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환영했다.


애쉬는 슬픔을 억누르며 사람들로부터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애쉬의 가슴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애쉬는 복수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해야 했다. 애쉬는 활시위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냉기가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길 바라면서.


더 나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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