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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단편소설] 벨코즈&리산드라 - 심연의 눈 [LOL 단편소설] 벨코즈&리산드라 심연의 눈 ▶ 화살 반 통 시그바르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전설에 나오는 얼음망령이 울부짖는 듯 관문 너머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산 위의 도살자' 혹은 '겨울봉우리의 붉은 칼'이라고 불리는 시그바르는 선택받은 아이들의 부족장 헬름가 크레그하트를 쓰러뜨렸고 가시 계곡에서는 요새에서 보낸 증원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슬픈까마귀 부족에 홀로 맞서 싸웠다. 그는 '냉기의 화신'이었다. 리산드라의 눈과 함께 무수한 전공을 세운 그였다. 그러나 서리방패 요새의 열린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칼바람 나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과 섬뜩한 밴시의 비명을 마주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생각하니 그런 그조차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소와는 달리 시커먼 .. 2018. 11. 23.
[LOL 단편소설] 케인 - 영겁의 무기 [LOL 단편소설] 케인 영겁의 무기 해리 케인 말고! ㅋㅋㅋㅋㅋ 요놈▽▽▽▽▽▽▽▽▽▽▽▽▽ ▶ 케인은 녹스토라가 드리우는 그림자 속, 병사들의 시체에 둘러싸인 채 우뚝 서 있었다. 짙은 색 바위를 쌓아 만든 녹스토라는 녹서스 제국의 승리를 기리기 위해 세운 관문으로, 그 아래를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제국의 힘에 충성할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이제 녹스토라는 녹서스 병사들의 묘석, 꺾여버린 힘과 오만함을 드러내는 기념비, 상대에게 심어주려 했던 공포를 되려 자신들이 느끼며 죽어간 전사들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케인은 공포를 즐겼다. 두려움을 믿었다. 공포와 두려움은 그의 무기였다. 그림자단의 형제들이 곡도와 표창을 쓰는 법을 익힐 때, 그는 공포와 두려움을 숙련했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 2018. 11. 22.
[LOL 단편소설] 카서스 & 모데카이저 [LOL 단편소설] ▶ 카서스 - 수장 바다는 거울처럼 매끈하고 어두웠다. 지난 여섯 밤처럼 해적의 달이 수평선에 나지막이 걸려 있었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망할 장송곡만 빼면. 녹서스 주변 바다를 오래 항해한 비오낙스는 이런 바다가 불행의 전조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크윌 호의 앞 갑판에 서서 쌍안경으로 먼바다를 살폈다. 현재 위치를 알려줄 만한 단서가 필요했다. 비오낙스는 캄캄한 어둠을 향해 중얼거렸다. “어느 쪽을 봐도 바다밖에 없어. 육지도 안 보이고 내가 아는 별도 안 보여. 돛은 바람을 받지 못하고. 갑판의 노를 며칠씩 저었지만, 어느 쪽으로 가도 육지는 가까워지지 않고 달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구나.” 잠시 손을 놓은 비오낙스가 손바닥 아.. 2018. 11. 19.
[LOL 단편소설] 칼리스타 & 헤카림 [LOL 단편소설] ▶ 칼리스타 - 탄원 건사의 아내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 앞에 서 있었다. 여인은 아직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들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소중한 사람, 아끼던 물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증오만이 온전히 그녀의 것이었다. 그 노여움만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힘이었다. 명령을 내리고 미소 짓던 놈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당신은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버렸지.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 배신자의 손에 가족을 잃은 이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자를 끝까지 따라갈 것이다. 놈의 심장에 칼을 꽂고, 생명이 사그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수많은 병사들이 낮이나 밤이나 그자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여인은 전사가 아니었다. 그녀의 힘으로는 .. 2018. 11. 18.
[LOL 단편소설] 진보의 날 [LOL 단편소설] 진보의 날 타마라는 일찍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맨땅에서 낙엽을 이불 삼아 노숙하며 지낼 때는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게 되지만, 지금처럼 아늑한 3층 하숙방에서 거위털 매트리스에 누워 보드라운 무명 이불을 덮고 있으면 그러기가 영 쉽지 않았다. 젖혀진 커튼 사이로 새어드는 따스한 햇볕이 바닥에 비치고 있었다. 필트오버에서 보낸 첫날 밤에는 커튼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랬더니 동이 트고도 두 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깨어나고 말았다. 그래서 이후로는 늘 커튼을 열어두고 잠에 들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창가로 걸어가서, 굳은살이 박인 손끝으로 유리창을 톡톡 두드렸다. 색유리 창은 공방에서 제조되었을 때 묻은 검댕으로 거뭇거뭇했다.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 2018. 11. 17.
[LOL 단편소설] 야스오, 리븐 - 부러진 검날의 고백 [3] [LOL 단편소설]야스오, 리븐 부러진 검날의 고백 [3] - III -무덤 속처럼 고요하던 공회당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주민들은 머리 위를 덮친 위험한 마법의 힘을 피하려고 우왕좌왕했고, 요란한 소리에 놀란 전투 사제들이 무장을 갖추고 안으로 들어와 주민들을 마구 밀어젖혔다. 바닥에 쓰러졌던 매부리코 판사가 몸을 일으키고 나무 공을 탁자에 두들겼다. “공회당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십시오.” 공회당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뒤집혔던 긴 의자들이 바로 놓였고, 주민들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망토를 눌러쓴 남자는 콧대의 흉터를 긁다가 공회당 벽 가슴 높이에 생긴 시커멓게 그을은 자국을 살펴보러 걸음을 옮겼다. 전투 사제 하나가 머뭇거리며 마법 검으로 다가갔다. 탁자는 다리가 부러져 주저앉았고, 검과 검집은.. 2018. 11. 16.
[LOL 단편소설] 야스오, 리븐 - 부러진 검날의 고백 [2] [LOL 단편소설]야스오, 리븐 부러진 검날의 고백 [2] - II -치안판사들이 공회당에 들어오면서부터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군데군데 갈라졌다. 공회당 뒤편의 커다란 문들이 다시 열렸다. 리븐의 눈에, 공회당 안으로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을 피해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리븐이 공회당 문턱을 넘어 걸어들어가자, 차분히 가라앉아 있던 공회당 안 대기가 부산스러워졌다. 리븐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두 명의 전투 사제가 군중 앞쪽의 널찍한 통로로 리븐을 데리고 갔다. 구름이 다시 하늘을 덮었고, 천정 높이 뚫린 소용돌이 모양의 창과 조각으로 뒤덮인 지붕에서 늘어뜨린 원통형 랜턴에서 빛이 사라지면서 공회당은 다시 한 번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리븐이 곁을 지나가자, 샤.. 2018. 11. 15.
[LOL 단편소설] 야스오, 리븐 - 부러진 검날의 고백 [1] [LOL 단편소설]야스오, 리븐 부러진 검날의 고백 [1] - I -예리한 쟁기날이 울퉁불퉁한 겉흙을 파고들어가더니, 겨우내 잠들어 있던 아래 쪽 흙을 봄 하늘 아래 드러냈다. 리븐은 황소가 끄는 쟁기 뒤를 따라 조그마한 밭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팔을 넓게 벌려야 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눌러 쟁기를 안정시키는 한편,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외국어 단어를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에마이. 파이르. 스바사. 아나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긴 잠에서 깨어난 비옥한 흙 냄새가 공기 중에 피어올랐다. 리븐은 나무 손잡이를 꽉 잡고 걸었다. 요 며칠 동안 밭을 갈다 보니 겨울에 사라졌던 굳은살이 다시 올라왔고, 대신 기억은 흐려졌다. 리븐은 입술을 깨물며 잡생각을 떨쳐내고 지금 하고 있는 두 가지 일에 .. 2018. 11. 14.
[LOL 단편소설] 루시안 - 그림자 사나이 [LOL 단편소설]루시안 그림자 사나이 "당신이 보안관인가?" 강의 괴인이 말했다. 저지대의 먼지와 말라 시든 쇠뜨기 가시가 녹청색 얼룩을 형성하고, 그것이 또 호수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던 진흙과 뒤범벅이 되어 온 얼굴을 덕지덕지 뒤덮고 있는지라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강의 괴인은 루시안의 개인용 객실 입구에 우뚝 서 있었다. 작은 것 같기도 하고 큰 것 같기도 한 몸뚱이에는 금가루가 묻은 누더기를 둘렀다. 프로그레스 외곽에서 사금을 몰래 채취하다 죽은 자에게서 벗겨낸 것이 분명했다. 강의 괴인은 숨을 내쉬지도 들이쉬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루시안은 강의 괴인이란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으나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강의 괴인은 수분이 없으면 말라 죽어버리기 때문에 자.. 2018.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