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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NG/LOL39

[LOL 단편소설] 시궁쥐와 고양이와 네온 생쥐 [LOL 단편소설] 시궁쥐와 고양이와네온 생쥐 ▶ 종료 의사는 미끄러운 다리 위에서 크게 비틀거렸다. 한 손으로 낡아빠진 난간을 잡으려는 순간, 한쪽 다리에서 발목과 연결된 배선 장치가 끊겼다. 의사는 잠시 방향 감각을 잃었다. 그의 시야에 통근자들이 건너다니는 통행용 다리의 젖은 바닥과, 금속과 유리와 꺼지지 않는 빛이 조립체처럼 끝도 없이 늘어선 상부 센트럴이 훑듯이 지나갔다. 의사는 눈꺼풀을 깜박여 눈부심을 밀어내고 증강체 발을 재연결했다. 증강체 회로 속에 지난번 사용자의 기억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비싼 거였는데… 게다가 사이즈도 너무 크지. 의사 자신의 마음이 그 기억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증강체 발은 상부 섹터의 어느 부자 환자가 쓰던 중고품이었다. 뒷골목 무허가 의사에게 크레디트를 주.. 2018. 12. 1.
[LOL 단편소설] 라이즈&브랜드 - 잿더미에서 [LOL 단편소설] 라이즈 & 브랜드 잿더미에서 ▶ "못하겠습니다." 케간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다시 들어가려는 말을 간신히 내뱉었다. "스승님, 전 못 해요." 패배를 인정한 케간은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실패가 이렇게 심신을 지치게 할 줄은 몰랐다. 케간은 눈을 들어 스승을 쳐다보았다. 역겹게도 스승의 눈에서 맑게 갠 하늘만큼 또렷한 연민이 내비쳤다. 스승이 이국적인 억양으로 경쾌하게 말했다. "할 수 있냐 없냐는 문제가 아니야. 의지의 문제인 거지." 이곳 북부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억양이었다. 스승이 손가락을 튀기자 보라색 불꽃이 일며 장작더미에 불이 붙었다. 의지만으로 순식간에 모닥불을 피운 것이다. 케간은 모닥불에서 눈을 돌리며 눈 덮인 땅에 침을 뱉었다. 전에도 들은 말이었지만 .. 2018. 11. 28.
[LOL 단편소설] 라칸 - 대롱활이 좋을까, 활대롱이 좋을까 [LOL 단편소설] 라칸 대롱활이 좋을까,활대롱이 좋을까 ▶ 이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수도원 요새로 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어.” 자야가 말을 시작했다. 나는 자야의 시선을 따라 산꼭대기에 솟은 사원에서 뻗어져나와 산 아래 농가들로 이어지는 황금빛 층계 두 줄기를 바라보았다. 저 나무로 지은 농가 하나하나에는 인간 가족들이 살고 있겠지. 그 필멸의 존재들은 저 안에서 태어나서 죽고, 또 무엇보다 새로운 노래를 자꾸자꾸 만들 거야. 노래를 만들 때는 아마 하프와 북을 쓰겠지? 어쩌면 피리도… 나도 나중에 갈대 줄기로 피리를 하나 만들어 봐야겠어. 아니, 일단 내 깃털부터 다듬어야 하는데. 오늘 깃털 손질을 했던가? 저 산 아래 마을에 가면 여관도 있겠지. 지금 포도주 한 병만 있으면 딱 좋겠는데. ▶ “라칸.. 2018. 11. 26.
[LOL 단편소설] 벨코즈&리산드라 - 심연의 눈 [LOL 단편소설] 벨코즈&리산드라 심연의 눈 ▶ 화살 반 통 시그바르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전설에 나오는 얼음망령이 울부짖는 듯 관문 너머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산 위의 도살자' 혹은 '겨울봉우리의 붉은 칼'이라고 불리는 시그바르는 선택받은 아이들의 부족장 헬름가 크레그하트를 쓰러뜨렸고 가시 계곡에서는 요새에서 보낸 증원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슬픈까마귀 부족에 홀로 맞서 싸웠다. 그는 '냉기의 화신'이었다. 리산드라의 눈과 함께 무수한 전공을 세운 그였다. 그러나 서리방패 요새의 열린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칼바람 나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과 섬뜩한 밴시의 비명을 마주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생각하니 그런 그조차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소와는 달리 시커먼 .. 2018. 11. 23.
[LOL 단편소설] 케인 - 영겁의 무기 [LOL 단편소설] 케인 영겁의 무기 해리 케인 말고! ㅋㅋㅋㅋㅋ 요놈▽▽▽▽▽▽▽▽▽▽▽▽▽ ▶ 케인은 녹스토라가 드리우는 그림자 속, 병사들의 시체에 둘러싸인 채 우뚝 서 있었다. 짙은 색 바위를 쌓아 만든 녹스토라는 녹서스 제국의 승리를 기리기 위해 세운 관문으로, 그 아래를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제국의 힘에 충성할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이제 녹스토라는 녹서스 병사들의 묘석, 꺾여버린 힘과 오만함을 드러내는 기념비, 상대에게 심어주려 했던 공포를 되려 자신들이 느끼며 죽어간 전사들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케인은 공포를 즐겼다. 두려움을 믿었다. 공포와 두려움은 그의 무기였다. 그림자단의 형제들이 곡도와 표창을 쓰는 법을 익힐 때, 그는 공포와 두려움을 숙련했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 2018. 11. 22.
[LOL 단편소설] 카서스 & 모데카이저 [LOL 단편소설] ▶ 카서스 - 수장 바다는 거울처럼 매끈하고 어두웠다. 지난 여섯 밤처럼 해적의 달이 수평선에 나지막이 걸려 있었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망할 장송곡만 빼면. 녹서스 주변 바다를 오래 항해한 비오낙스는 이런 바다가 불행의 전조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크윌 호의 앞 갑판에 서서 쌍안경으로 먼바다를 살폈다. 현재 위치를 알려줄 만한 단서가 필요했다. 비오낙스는 캄캄한 어둠을 향해 중얼거렸다. “어느 쪽을 봐도 바다밖에 없어. 육지도 안 보이고 내가 아는 별도 안 보여. 돛은 바람을 받지 못하고. 갑판의 노를 며칠씩 저었지만, 어느 쪽으로 가도 육지는 가까워지지 않고 달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구나.” 잠시 손을 놓은 비오낙스가 손바닥 아.. 2018. 11. 19.
[LOL 단편소설] 칼리스타 & 헤카림 [LOL 단편소설] ▶ 칼리스타 - 탄원 건사의 아내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 앞에 서 있었다. 여인은 아직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들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소중한 사람, 아끼던 물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증오만이 온전히 그녀의 것이었다. 그 노여움만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힘이었다. 명령을 내리고 미소 짓던 놈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당신은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버렸지.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 배신자의 손에 가족을 잃은 이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자를 끝까지 따라갈 것이다. 놈의 심장에 칼을 꽂고, 생명이 사그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수많은 병사들이 낮이나 밤이나 그자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여인은 전사가 아니었다. 그녀의 힘으로는 .. 2018. 11. 18.
[LOL 단편소설] 진보의 날 [LOL 단편소설] 진보의 날 타마라는 일찍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맨땅에서 낙엽을 이불 삼아 노숙하며 지낼 때는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게 되지만, 지금처럼 아늑한 3층 하숙방에서 거위털 매트리스에 누워 보드라운 무명 이불을 덮고 있으면 그러기가 영 쉽지 않았다. 젖혀진 커튼 사이로 새어드는 따스한 햇볕이 바닥에 비치고 있었다. 필트오버에서 보낸 첫날 밤에는 커튼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랬더니 동이 트고도 두 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깨어나고 말았다. 그래서 이후로는 늘 커튼을 열어두고 잠에 들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창가로 걸어가서, 굳은살이 박인 손끝으로 유리창을 톡톡 두드렸다. 색유리 창은 공방에서 제조되었을 때 묻은 검댕으로 거뭇거뭇했다.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 2018. 11. 17.
[LOL 단편소설] 야스오, 리븐 - 부러진 검날의 고백 [3] [LOL 단편소설]야스오, 리븐 부러진 검날의 고백 [3] - III -무덤 속처럼 고요하던 공회당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주민들은 머리 위를 덮친 위험한 마법의 힘을 피하려고 우왕좌왕했고, 요란한 소리에 놀란 전투 사제들이 무장을 갖추고 안으로 들어와 주민들을 마구 밀어젖혔다. 바닥에 쓰러졌던 매부리코 판사가 몸을 일으키고 나무 공을 탁자에 두들겼다. “공회당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십시오.” 공회당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뒤집혔던 긴 의자들이 바로 놓였고, 주민들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망토를 눌러쓴 남자는 콧대의 흉터를 긁다가 공회당 벽 가슴 높이에 생긴 시커멓게 그을은 자국을 살펴보러 걸음을 옮겼다. 전투 사제 하나가 머뭇거리며 마법 검으로 다가갔다. 탁자는 다리가 부러져 주저앉았고, 검과 검집은.. 2018. 11. 16.